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제3국 송환' 연기…北측 무응답에 가로막혀

11월 초로 계획했던 러시아·중국 통한 북송은 우선 미루기로

전쟁포로인 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씨가 20일 경기 파주 임진강역 앞에서 열린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 1차 결의대회 후 통일대교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2025.8.2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씨가 '제3국을 통한 북송' 시도를 일단 보류하고, 정부와의 협의를 이어나가기로 결정했다.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은 24일 뉴스1에 "당초 11월 초에 러시아 또는 중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가는 방식을 고려했지만 잠시 연기하기로 했다"면서 "이는 지난 22일 통일부 관계자와 면담을 한 뒤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면담에서 통일부는 제3국 송환이 여러 유관 기관과의 논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 안 씨가 고령인만큼 이동에 제약이 있다는 점 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추진단 측이 북한 측과의 접촉신청서를 제출하면 이를 승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추진단은 "우선 통일부와 송환 방법 및 시기에 대해 좀 더 논의해 보면서 추후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추진단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학섭 씨는 러시아 또는 중국 등 제3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가려고 한다"면서 정부에 중국·러시아 입국 비자 발급, 북한과의 협의 창구 개설 등 구체적인 절차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정부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안 씨의 송환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은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남측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어 실제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동영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관련 질의에 "비록 권위주의 정권 시절이었지만, 인간성 말살의 잔혹한 고문과 기본권 말살 행위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안학섭 선생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여건이 되면 비전향장기수를 송환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6일 "기본적으로 이에 대한 남북 간의 의사교환이 이뤄져야 한다"며 "북한과의 협의 문제 등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검토 중에 있다"라고 말했다.

1930년 인천 강화군 출생인 안학섭 씨는 6·25 전쟁 당시 북한군으로 참전했고, 1953년 4월 체포돼 국방경비법(이적죄)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42년간 복역한 후 1995년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인물이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정부가 6·15 정상회담을 계기로 비전향장기수 63명을 판문점을 통해 송환했으나 안 씨는 "미군이 나갈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잔류했다.

그러다 최근 건강이 악화하면서 마음을 바꿔 북한으로 갈 것을 결심하게 됐다며 자신의 북송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그는 지난 8월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가겠다며 파주시 통일대교에 진입을 시도했다가 군 당국에 의해 제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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