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 첫 대북 원칙은 'E·N·D'…北은 '비핵화'에 반발 예상

北 김정은, 李 대통령 발언 이틀 전 '비핵화 절대 불가' 방침 재확인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밝힌 정부의 첫 공식 한반도·대북 정책인 'E·N·D 이니셔티브'에 대해 북한은 이른 시기에 반발성 비난 입장을 표출할 것으로 24일 예상된다. 교류와 협력 추진 등 평화적 메시지가 담겼지만, 궁극적으로 비핵화를 목표로 설정했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수용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교류(Exchange)·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를 중심으로 하는 포괄적 대화를 추진한다는 'E·N·D 이니셔티브'를 제시하며 "이를 통해 한반도에서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종식하고,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 가겠다"라고 선언했다.

특히 "상대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할 뜻이 없다"라는 '3원칙'을 제시하며 북한과의 평화적 분위기 조성에 계속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냉철한 인식의 기초 위에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됐다"며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의 '중단'부터 시작해 '축소'의 과정을 거쳐 '폐기'에 도달하는 실용적, 단계적 해법에 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달라"라고 촉구했다. 그간 수 차례 밝혔던 '비핵화 3단계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이틀 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이 대통령의 비핵화 3단계 원칙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 총비서는 지난 20~21일에 진행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 연설에서 "현 집권자(이 대통령)의 이른바 '중단-축소-비핵화'라는 '3단계 비핵화론' 역시 우리의 무장 해제를 꿈꾸던 전임자들의 '숙제장'에서 옮겨 베껴온 복사판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평가절하했다.

특히 김 총비서는 핵 보유가 북한의 헌법에 명시돼 있다면서 "이제 비핵화를 하라는 것은 우리더러 위헌 행위를 하라는 것"이라거나 "단언하건대 우리의 비핵화는 절대로, 절대로 있을 수 없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어진 이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을 북한의 입장에선 최고지도자의 지침에 반하는, 절대 수용하기 어려운 방침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우리 정부의 대북 원칙, '독트린' 등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첫 반응을 보인 바 있다. 특히 정부의 첫 대북 정책 및 기조를 비난하면서 일종의 기 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지난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이라는 첫 대북 로드맵을 밝힌 지 나흘 만에 김여정 당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지난 2017년 7월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완성을 위한 첫 대북 구상인 '베를린 구상'을 제시했을 때는 북한은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게재한 개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진로가 무엇인지 똑똑히 알아야 한다'라고 비난했다.

지난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대북정책 구상인 '드레스덴 구상(3대 제안)'에 대해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으로 "시시껄렁한 잡동사니들을 이것저것 긁어모았다"라고 비난하고 노동신문을 통해서는 "남조선 집권자가 '통일 구상'이니 뭐니 하며 우리를 마구 비방한 것은 동족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우롱이고 모독"이라면서 불만을 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장은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이 대통령이 밝힌 '현실적, 합리적' 비핵화 방안에 대해 예의 주시하며 반응의 톤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보기도 한다. 자신들의 핵 보유가 공고화해지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