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없다' 선그은 김정은…'1호 발언' 北 주민 학습 동향은 아직

北 주민들 보는 노동신문, 1면 사설서 '가을걷이' 부분만 부각
전문가 "'두 국가 헌법화' 등 제도화 이후 선전 강화 가능성"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가 9월 20일과 2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연설에서 김 총비서는 "우리와 대한민국은 지난 몇십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두개 국가로 존재해왔다"며 "마주 앉을 일이 없으며 그 무엇도 함께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두 국가", "통일은 없다"라는 대남 기조를 밝힌 가운데 정작 주민들에겐 관련 '1호 발언'에 대한 내부 학습은 진행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1면에 사설 '모든 역량과 수단을 가을걷이로'를 통해 "총비서 동지께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하신 연설을 크나큰 격정 속에 받아안고 올해 농사의 성과적 결속을 위한 투쟁에 더욱 분기해 나선 농업 부문 일꾼·근로자·인민의 기세는 대단히 높다"라고 보도했다.

사설은 "모든 역량과 수단을 가을걷이와 낟알 털기에 총동원해야 한다", "쌀은 곧 사회주의다", "농사의 주인은 농업근로자다", 모두 다 자신심과 분발력을 배가해 올해 농사를 성과적으로 결속하기 위해 힘차게 투쟁해 2025년을 농업 전선에서의 자랑찬 증산성과로 빛내자"라면서 주민들을 다그쳤다.

전날 신문에 보도된 김 총비서의 최고인민회의 중요연설을 언급하면서도, 대남 기조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은 것이다. 연설 전체 분량은 약 1만5000자로, 이중 농업 부문에 대한 내용은 약 400자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신문은 '연설의 내용을 받아 안고'라면서 농업 성과만을 부각했다.

사실상 연설 대다수 분량은 대남·대미 기조가 차지했다. 김 총비서는 전체 연설 중 약 6000자 분량을 할애해 "우리 국가의 안전과 지역 정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미·대한 관계의 현주소와 양립 성질, 대외활동에서 견지해야 할 원칙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 참석자들이 기립 박수를 하고 있다 .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구체적으로 한국을 향해 '두 국가' 기조를 견지하면서 "통일 불필요", "통일할 생각 없다"는 내용을 강조했으며, 미국을 향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좋은 추억'을 회상하며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면 마주 설 수 있음을 강조했다.

북한 체제 특성상 최고 지도자인 김 총비서의 말은 곧 제도와 지침이 되곤 한다. 이 때문에 그의 주요 연설이나 발언은 주민들이 학습하고 관철하는 동향이 보이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김 총비서가 대남·대미 기조를 밝혔음에도 주민들 위주로 관련 내용 학습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추후 남북·북미와의 관계 개선에 대한 여지를 남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남북 관계를 '두 국가'로 헌법화한 것인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도리어 내부 반발이나 중국 등 주변국이 불편해하는 상황이 발생할 여지를 만들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결국 대남 기조가 헌법화 및 제도화된 이후에나 주민들이 '적대적 두 구가' 사상을 강화하는 학습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주민들을 제외한 엘리트들을 중심으로 대남·대미 기조에 대한 논리 강화 및 학습이 비공식으로 진행 중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선 간부 재강학습을 통해 간부들에게 일차적 교육을 하고 추후 생활 조직 단위에서 중요한 내용만 전파해 내용을 관철할 수도 있다"면서 "두 국가 기조와 관련해 제9차 당대회나 당 규약, 헌법화 등 법적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 대내적 전파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