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침묵하는 北…김정은은 '모른 척' 내치 집중
김정은, 26일 양식사업소·27일 저격수 부대 시찰…'메시지' 없어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나온 지 이틀이 지났지만, 공식 입장을 내거나 유의미한 외교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경제 및 군 관련 내부사업을 챙기며 의도적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외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일단 국제 정세를 더 관망하겠다는 기조를 부각하는 모양새다.
28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전날인 27일 총참모부 직속 특수작전 훈련기지를 방문해 저격수 구분대와 특수작전 구분대의 훈련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김 총비서는 '우리식 새 세대 저격 무기'에 대해 만족을 표하고, 총참모부 직속으로 중앙저격수 양성소를 조직하라고 지시했다. 한국이나 미국을 향한 호전적 메시지나, 정상회담 관련 평가를 내놓진 않았다.
그는 지난 26일에는 낙원군 바닷가 양식사업소와 어촌문화지구를 돌아보며 지역 주민들의 생활을 살피는 '민심 챙기기' 행보를 보였다.
북한은 김 총비서의 양식사업소 시찰 및 특수부대 시찰 날짜를 모두 공개했다. 김 총비서의 군사 활동의 경우 보안 차원에서 정확한 날짜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잦았는데, 그가 한미 정상회담 결과가 나오는 26일에 이어 27일에도 '다른 일'에 신경을 썼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의 시찰이 한미 정상회담 일정과는 무관하게 사전에 결정된 일정일 수도 있지만, 아직 정상회담을 평가하는 북한 매체나 당국자 명의의 담화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의중에 따라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판단을 내렸음을 방증한다.
북한은 전날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초청 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비핵화를 위해 미국과 협력하겠다고 한 발언에 대해 "아직도 헛된 기대를 점쳐보는 것은 너무도 허망한 망상"이라고 비난했는데, 한미 정상회담을 언급하거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진 않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총비서와의 만남에 큰 관심을 보인 것을 북한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북한은 지난 18일부터 열흘간 진행된 정례 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 기간에도 수시로 비난 담화나 보도를 낼 뿐 눈에 띄는 군사 도발은 자제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며 한미,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동향을 조금 더 살핀 뒤 김 총비서가 아닌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나 외무성을 통해 신중한 입장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직접 입장을 밝히는 것은 '드라마틱한 제안'이 있었을 경우에나 가능했을 것"이라면서 "관망하는 모양새를 보이다 김 총비서의 메시지가 아닌 김여정의 담화 등을 통해 일종의 '투 트랙'으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말 개막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해 김 총비서를 만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만큼,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를 내놓지 않고 정세를 살필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somangcho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