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사로 소통하고, 주민 송환에 대응…북한, 왜 달라졌나
남북 직접 소통은 없지만, 유엔사 통한 간접 소통은 회복
정부, 대북 메시지 관리 및 유화조치 지속
- 최소망 기자,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임여익 기자 = 북한이 해상에서 표류하다 우리 측에 의해 구조된 주민들의 송환 과정에서 적대적인 대남 기조를 누그러뜨린 듯한 모습을 보였다.
유엔군사령부를 통해 간접적인 소통에 응하고, 사전 조율이 완벽하진 않았음에도 우리 측이 통보한 일정에 맞춰 주민들의 신병 인계를 위해 경비정 등을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으로 보냈다. 전반적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경직된 태도를 푸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이날 오전 지난 3월과 5월 서해와 동해에서 구조된 북한 어민 추정 주민 6명을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해경과 군이 협조해 주민들을 한배에 태워 동해 NLL 인근까지 인도하고, 북측에 신병을 인계하는 방식으로 송환이 이뤄졌다.
송환 과정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남북 간 직접 소통이 없었음에도 북한이 우리 측의 송환 일정에 맞춰 경비정 등을 파견해 주민들의 신병을 인계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및 동·서해 군 통신선 등 모든 남북 연락채널을 통한 소통에 응하지 않자 지난주와 이번 주 각각 1차례씩 유엔사를 통해 북한에 송환 계획을 전달했다. 일정은 물론 해상 좌표 등도 구체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유엔사와의 소통에 응하고 송환 계획도 접수했지만, 계획에 맞춰 움직이겠다는 등의 '확답'을 주진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가 고지한 장소와 시간에 맞춰 주민들을 인계할 모든 준비를 하고 해상으로 나왔다. 정부 역시 송환 당일 북한이 상황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는 사전 동향을 감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3년 12월 '남북 두 국가' 조치를 선언한 뒤 우리 측 및 유엔사와의 소통을 거부했던 북한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유엔사와의 직통전화인 '핑크폰'을 사용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의 남북 단절 조치인 '국경선화 작업'을 재개했다고 통지했다. 올해 봄에 관련 작업을 재개한 것을 몇 달이 지나서야 공식 통지한 것이다.
남북은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필요한 활동을 할 때 이를 유엔사에 통보하는 것이 관례였는데, 북한이 새 정부 출범 후 이 관례를 지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뒤늦은 통보를 한 것으로 해석됐다.
북한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 직후 대북전단 살포 통제 방침을 밝히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는 '긴장 완화' 조치를 취하자 반응을 보였다. 확성기 방송이 중단된 지 하루도 안 돼 대남 소음 방송을 끄고,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남한을 향한 호전적인 언급을 대폭 줄였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동향이 남한의 새 정부를 의식한 조치로 보고 있다. 선제적 유화 조치에 대응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불리할 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은 남북관계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는 어렵지만,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열릴 9차 당 대회에서 새로운 5년짜리 국정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도로도 분석된다.
정부도 북한을 향한 유화 조치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북한이 싫어할 수도 있을 행동은 최대한 자제하면서다.
정부는 이날 북한 주민의 송환이 '인도주의적 조치'일 뿐이라며 남북관계 개선 조치와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는 불필요하게 북한을 재촉하는 방식의 접근법을 구사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럼에도 북한 주민의 송환 과정에서 남북이 '암묵적 소통'을 한 것은 긴장 완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번 송환으로 남북이 인도주의적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합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입장에선 대북전단 통제와 확성기 방송 중단에 이어 또 한번의 대북 조치의 성과라는 평가가 가능해 보인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공식적으로는 '무응답'이었지만 결국 우리도 나름대로 북한이 현장에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암묵적 소통'이 이뤄진 것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라고 짚었다.
다만 현재까지의 양상만으로 남북관계가 전환됐거나, 소통이 재개된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의견이 아직은 지배적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송환 과정에서 남북 간 소통이 잘 안되고 있다는 게 명백하게 드러난 것"이라며 "내년쯤 북미 간 협상이 진행된다면 그때 한국이 참여해 북한과 접촉면을 넓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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