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첫 대북 메시지 낸 李 대통령…"서로에게 득 되는 길 찾자"
남북관계를 부부관계에 비유하며 '대화 필요성' 강조
'통일' 대신 '공존' 사용…'대화 만능론'과도 선 그어
-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임여익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제시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대북 메시지'를 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이 대통령은 취임 한 달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한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남북관계를 평가하고, 대북·통일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전쟁 중에도 외교는 하는 것"이고 "미워도 얘기는 들어야 한다"며 남북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양측의 손해를 줄이고 이익을 키우는 방향으로 관계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국방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는 동시에, 한미 간 공조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관리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와 공존의 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현재 남북 간 불신이 심해 관계 복원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국의 선제적 대북 확성기 중단에 북한이 호응한 것처럼 "하나씩 하나씩 완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당장은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들에 더 집중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이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부부 상담 의뢰를 받았던 사례를 언급하며, 남북관계를 '부부관계'에 비유한 점이다.
그는 "나빠진 부부관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해가 오해를 낳고, 갈등이 갈등을 낳고, 불신이 불신을 낳고, 미움이 미움을 낳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경우가 많았다"라며 "부부클리닉에서 가서 '역할을 바꾸는 상황극' 같은 것을 하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왜 그랬을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 관계도, 여당과 야당 관계도, 남과 북의 관계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대화와 소통이 정말로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남북이 서로 역지사지의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 중요함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대북 인식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현재의 남북관계 상황을 '타파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관리의 대상'으로 봤다는 점이다. 그는 "가능하면 남북은 안전한 범주 내에서 서로에게 득이 되는 길을 가야 한다"라며 "그것이 대화와 소통, 협력, 그리고 공존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통일을 요구할 경우 자칫 상대에게 '흡수를 하겠다는 것인가' '굴복을 요구하는 것인가'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라며 "누가 흡수를 당하고 싶겠냐. 가능하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조금씩 동질성을 회복해 가면 된다. 수백 년 후에도 통일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언급한 '통일부 명칭 변경 추진'에 대해 힘을 실어줌과 동시에, '일단 만나고, 일단 대화하면 된다'는 '대화 만능론'과도 선을 긋는 언급으로 보인다.
이같은 이 대통령의 메시지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남북관계에 대한 이 대통령의 생각과 구상을 판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물증'이 된다. 그 때문에 이 대통령이 이날 작심하고 북한에게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남북관계 관련 구상을 펼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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