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오면 대북 접촉 시도…'연락채널 복구' 묘수 짜내는 정부

'황강댐 방류 사전 통보 요청' 메시지 톤 조절 고심
대남 소음 방송 멈춘 北, '긴장 완화' 추가 호응 여부 주목

지난해 7월 장마 때 경기 연천군 군남댐이 수문이 열고 물을 방류하고 있다. 2024.7.1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장마가 본격화되면 남북 접촉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곤 한다. 남북 접경지 임진강의 상류에 위치한 북한의 황강댐 방류 문제 때문이다.

황해북도 남쪽 토산군 황강리에 위치한 북한의 황강댐은 우리의 경기도 연천군, 강원도 철원군의 경계를 나누는 임진강의 본류에 있다. 군사분계선(MDL)에서 북쪽으로 약 55㎞ 지점이다.

2007년쯤 준공된 황강댐은 북한이 임진강 본류의 물을 저장해 전력 생산 및 공업 용수 조달을 위해 건설했으나, 남측의 입장에서는 이 댐이 '수공'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정부도 2010년 대응용 댐인 군남댐을 군사분계선 남쪽에 건설했다. 황강댐의 저수량은 3억 5000만 톤, 군남댐의 저수량은 7000만 톤이다.

문제는 2009년 처음 발생했다. 그해 9월 6일 북한이 황강댐에서 대규모의 물을 방류하면서 갑자기 불어난 물에 연천군의 임진강 일대에서 야영하던 우리 국민 6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우리 측의 강한 항의에 북한도 회담에 응했고, 북한은 황강댐을 방류할 때 남북 연락채널을 통해 우리 측에 이를 사전통보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2012년 8월 같은 사고가 발생해 우리 국민 2명이 사망했다.

북한은 2013년 한 차례 방류 전 사전통보를 한 뒤 이후 단 한 차례도 사전통보 없이 무단 방류를 지속하고 있다. 정부는 대북 감시를 통해 북한의 방류 동향을 인지하고 이에 대비하는 방식으로 사고를 막고 있다.

통일부는 올해도 북한의 무단 방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북한에 사전통보를 요청하는 통지를 할 계획이다. 다만 이재명 정부가 새로 출범해 남북 긴장 완화 조치를 취하는 상황에서 통지 방식과 내용을 고심 중인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지난 2022년까진 남북 간 공식 연락채널이 있어 이를 통해 북한에 통지문을 발송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지난 2023년 4월부터 북한이 연락채널을 통한 소통에 응하지 않고 있어 지난 2년간은 "장마철 남북 접경지역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북측이 댐 방류 시 우리 측에 미리 통보해 줄 것"이라는 내용의 언론 발표를 통해 대북 통지를 갈음해 왔다.

통일부는 새 정부 출범 후 남북 긴장 완화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올해 대북 통지문의 문안을 예년보다 섬세하게 구성하는 방안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북한이 연락채널 소통 재개에 응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언론 발표를 통해 통지를 갈음하게 될 경우 연락채널 복원을 요청하는 내용을 담아 일종의 담화문 형식으로 대북 제안을 발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가급적 북측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취지다.

북한은 지난 11일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대남 소음 방송 중단으로 상응 조치를 한 바 있다. 이후에도 남북 간 소통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정부는 당장 대화 자체에 속도를 내지 않고 '선(先) 긴장 완화, 후(後) 대화 추진'이라는 기조를 부각한다면 북한도 일정 수준 호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