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관광도시'라더니 정전에 찬물 샤워…中관광객, 北에 "돈 돌려달라"
원산갈마 시범관광단, 호텔 온수 중단·추가 비용에 집단 항의
- 한상희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북한이 '세계적인 해안관광도시'라고 선전해 온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정전과 온수 중단, 열악한 서비스에 항의하며 여행비 환불을 요구한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중국 현지의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의 한 여행사가 지난 6월 말 10여 명 규모의 시범 관광단을 북한에 보냈지만, 관광객들의 집단 항의를 받으면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관광객들은 신의주와 평양을 거쳐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를 방문하는 7박 8일 일정에 참여했다. 그러나 호텔 정전으로 한동안 불이 들어오지 않는 객실에서 밤을 보내고, 온수가 나오지 않아 찬물로 씻어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에 비상 발전기가 있었지만 실제 가동까지 시간이 걸리면서 불만이 커졌다고 한다.
식사와 교통·통신 서비스의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관광 일정에 조선혁명박물관을 비롯한 김씨 일가 선전 장소가 포함된 점도 항의의 원인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국 현지 소식통은 RFA에 "관광객들은 모든 것이 예상보다 지나치게 낙후했다"라며 정신적·육체적 피해에 대한 보상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소식통은 "원산갈마 광고는 다 연출된 것이라는 비판이 팽배하다"며 "이번 시범 관광이 북한 관광의 현실을 중국인들에게 그대로 보여준 사례가 됐다"고 말했다.
여행비는 1인당 7500위안으로, 우리 돈 약 150만 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과 베이징의 북한 전문 여행사들이 내놓은 일주일 일정 상품이 대체로 6000~7000위안(약 124만~144만 원)인 점을 고려하면 기본 가격 자체가 이례적으로 비싼 것은 아니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북한 현지에서 기본 여행비의 배가 넘는 추가 비용을 냈고, 모든 비용을 달러로 결제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가장 비싸게, 가장 열악한 환경을 체험하는 관광"이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RFA는 전했다.
이번 보도는 북한이 원산갈마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대표적인 경제·관광 치적으로 내세우며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가운데 나왔다.
원산갈마는 명사십리 해변을 따라 호텔과 상업·편의시설, 해양체육시설 등을 조성한 북한 최대 규모의 해안 관광단지다.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는 최근 원산갈마의 해수욕장과 대형 워터파크, 제트스키, 바나나보트, 유람선, 가상현실(VR) 체험시설 등을 잇달아 공개했다.
그러나 현재 원산갈마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찾아보기 어렵고, 주로 북한의 모범 노동자와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포상 휴가가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핵심 고객으로 기대하는 중국인 관광도 아직 본격적으로 재개되지 않았다. 러시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북한 관광은 2024년 재개됐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 코로나19 이전 북한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중국인 단체관광도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이다.
지난 6월 북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 교류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왕야쥔 주북 중국대사가 원산갈마를 직접 찾으면서 중국인 단체관광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시범 관광객들의 집단 항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북한의 중국인 관광객 유치 구상에도 적잖은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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