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국가' 선언 후 北 여자축구단 첫 방남…남북대화 '해빙'은 난망

北 매체 '함구' 이어져…'제한적 공존'에 방점
전문가 "스포츠 실익…남북관계 복원과는 거리"

2025년 11월 15일 미얀마 양곤 투운나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과 미얀마 ISPE와의 경기에서 내고향여자축구단 리명금이 드리블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17일 처음으로 북한 선수단이 남측을 찾았다. 이번 방남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와 같은 화해 분위기보다는, 냉각된 남북 관계 속 국제 스포츠 규범에 따른 '제한적 접촉'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양에 연고를 둔 내고향여자축구단은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AWCL) 4강 토너먼트 참가를 위해 이날 오후 중국 베이징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들어왔다. 선수 및 스태프 등 총 35명 규모다.

북한 체육 선수단의 방남은 2018년 12월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약 8년 만이며, 여자 축구팀 기준으로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다.

평창 때와 달라진 방남 성격…'교류' 아닌 '국제대회 참가' 목적

내고향여자축구단은 오는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 위민과 준결승전을 치른다. 승리할 경우 23일 결승전에 진출한다.

이번 방남이 주목되는 이유는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정치·외교적 맥락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이후, 헌법 개정과 연결도로 폭파 등을 통해 대남 단절 기조를 제도화해 왔다.

과거와 비교하면 이번 방남의 성격 차이는 더욱 분명하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황병서·최룡해·김양건 등 북한 권력 핵심 인사들이 전격 방남했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김여정 당시 노동당 부부장이 특사 겸 메신저 역할을 수행하며 정상외교로 이어지는 통로가 열렸다.

반면 이번에는 현철윤 단장과 리유일 감독 등 스포츠 실무진 중심으로만 선수단이 구성됐고, 대남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정치적 인물은 포함되지 않았다.

내고향여자축구단 리금향. ⓒ AFP=뉴스1
北 매체 '함구' 이어져…남북 관계 '복원' 보단 '제한적 공존'

이번 방남이 남북 대화 재개의 신호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가대표팀이 아닌 클럽팀 차원의 참가인 데다 북한 고위 당국자가 동행하지 않았고, 남북 당국 간 별도 접촉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 역시 이번 방남과 관련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주민들이 접하는 노동신문이나 대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 매체들도 관련 사실을 보도하지 않으며 철저한 '통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남북 교류에 정치적 의미가 부여되는 것을 경계하며 '로우키'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역시 이번 대회를 남북 교류가 아닌 AFC 주관 국제대회로 관리하는 분위기다. 통일부는 선수단 안전과 돌발 상황 대응을 위해 현장 상황실을 운영하지만, 별도의 환영 행사나 고위급 접촉은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방남을 남북 관계 복원보다는 '제한적 공존'과 갈등 관리 차원에서 해석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국가대표팀이 아닌 클럽팀을 보낸 것은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국제 스포츠 실익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며 "여자 축구 경쟁력이 높은 상황에서 성과를 노린 선택"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이번 방남은 남북 관계 개선보다는 국제 스포츠 대회 참가 성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평가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