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도 폭염에도 선풍기 한 대로 버틴다"…택배 터미널 열악한 작업환경

바깥 온도 36도면 복사열로 내부 온도는 40도 넘어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극한 환경…안전 위해 시설 개선 필요"

28일 오전 8시 30분께 울산 북구 연암동의 한 택배회사 물류센터에서 택배 기사들이 물품을 싣고 있다.2026.08.28.ⓒ 뉴스1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오늘은 햇볕이 없어 다행이지 한여름엔 5분 서 있기도 힘들어요.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28일 오전 8시 30분께 울산 북구 연암동의 한 택배 터미널. 흐린 날씨에 땡볕 더위는 주춤했으나 내부는 여전히 후텁지근했다. 실내 온도는 29도, 습도는 95%였다.

택배 기사들은 차량마다 발 디딜 틈 없이 쌓여 있는 물품들을 화물칸에 실어 날랐다. 몸을 쉴틈 없이 움직이는 기사들의 이마엔 땀이 비오듯 쏟아져 내렸다.

터미널엔 햇볕을 막아 주는 지붕 외에는 사방이 뚫려 있어 야외 작업장과 비슷한 환경이었다.

그늘막 공간도 택배 차량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하루 15대 이상은 야외에서 적재 작업을 하고 있다.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폭염경보 땐 오후 2~5시 옥외 작업이 원칙적으로 중단되면서 다른 기사들이 그늘막에서 작업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불편도 감수해야 했다.

반면 대기·휴식 시간과 별개로 택배 배송 마감 시간은 오후 8시로 고정돼 있어 현장 기사들의 업무가 가중되는 실정이다.

택배 상차 작업을 하던 기사 A 씨는 "한 두어 시간만 배달해도 땀이 비 오듯이 흐른다"며 "저번엔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 4층에 두 번 올라갔다가 다리가 휘청할 뻔 했다"고 말했다.

28일 오전 9시께 울산 북구 연암동의 한 택배회사 물류센터에서 택배 기사들이 물품을 싣고 있다.2026.08.28.ⓒ 뉴스1 김세은 기자

같은 날 찾은 효문동의 다른 택배 터미널에서도 작업자들이 선풍기에 의존한 채 쉴 새 없이 밀려오는 택배 상자들을 분류해 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울산의 최고 기온은 26.6도였지만, 터미널 내부에 설치된 온도계는 32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천막 형태로 된 이곳은 여름철만 되면 복사열로 인해 내부 온도가 빠르게 높아진다.

택배 분류 일을 한 지 1년 됐다는 B 씨는 "바깥 온도가 36도면 여기는 기계 열기 때문에 40도가 넘는다"며 "선풍기에선 뜨거운 바람만 나와도 이걸로 버틴다"고 했다.

오전 10시께 강풍과 함께 소나기가 내리자 천막이 들썩거렸다. 이날처럼 강한 비가 내리면 천막 내부로 빗물이 새어 나오면서 분류 중인 물품이 젖는 피해가 발생한다는 게 작업자들의 설명이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울산 북구)는 이날 지역 택배 터미널 3곳을 돌며 기후 위기에 노출된 택배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택배 터미널을 창고 개념으로 여기기 쉬운데,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일을 하기 위해 상주하고 있다"며 "외부 배송 업무도 해야 하는 택배 노동자들은 극한의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천막 같은 개패형 시설의 경우 폭염에 취약할 뿐더러 태풍에 무너지면 인명피해도 우려된다"며 "극한 기후로부터 택배 노동자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선 택배사들의 궁극적인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울산 북구)는 이날 울산지역 택배 터미널 3곳을 돌며 택배 노동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2026.08.28.ⓒ 뉴스1 김세은 기자

syk00012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