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먹고 사는 거 알잖아요"…차·아내 급여 대가로 '18억' 사업 몰아줘
[사건의재구성] 뇌물 받고 경쟁사에 불리한 조건 내걸기도
공공기관 직원, 징역 4년…뇌물 준 업체 대표, 징역형 집유
-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인생 날로 먹고 사는 놈인 거 알잖아요 ㅋㅋ'
지난 2023년 12월 10일 당시 울산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자 울산빅데이터센터장인 A 씨가 지역 소프트웨어 업체 대표 B 씨에게 남긴 카카오톡 메시지다.
그러자 B 씨는 며칠 뒤 A 씨에게 회사 법인 명의의 고급 승용차를 내줬다.
2년 가까이 이 차를 몰며 A 씨가 사용료 명목으로 건넨 돈은 단 250만 원. 하지만 B 씨는 어떠한 독촉도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2년 7개월 뒤 두 사람은 뇌물 수수 및 공여, 업무상횡령 혐의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나란히 서게 된다. 그동안 무슨 일을 벌여왔을까.
두 사람의 암흑 거래는 B 씨 업체가 법인으로 전환된 지난 2018년부터 7년간 이어져 왔다. 당시 B 씨는 A 씨에게 울산연구원 위탁사업 수주를 대가로 마사지, 골프 등을 제공하며 친분을 쌓았다.
이후 A 씨는 2019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B 씨로부터 합계 513만 원 상당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골프용품 등을 받았다.
그 대가로 A 씨는 B 씨에게 사업 입찰 일정을 미리 알려주거나 지역 제한 등 경쟁사에 불리한 조건을 걸었다. B 씨에게 유리한 평가위원도 심어줬다. 심지어 경쟁업체 점수나 외부 심사위원 이름까지 몰래 알려주기도 했다.
그 사이 B 씨 회사는 울산연구원으로부터 15개 사업을 연이어 낙찰받는 데 성공했다. 사업비는 18억 7721만 원에 달했다.
이후 A 씨가 2021년부터 울산연구원 부설기관인 울산빅데이터센터장으로 재임하자 이들의 범행은 더욱 대담해졌다.
같은 해 B 씨는 A 씨의 배우자 C 씨를 자기 회사의 허위 직원으로 올려 급여 명목으로 A 씨 부부에게 돈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B 씨 회사가 C 씨에게 급여 명목으로 송금하면, A 씨가 B 씨의 개인 계좌로 일부 금액을 다시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런 수법으로 B 씨는 4년간 1억 928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고, A 씨는 차액인 3741만 원을 수수했다.
이러한 정황은 이들의 휴대전화 대화를 통해 모두 드러났다. A 씨가 '내년 월급 올려주세요'라고 하자, B 씨는 '이번에 과제 하나 되면 급여 올려줄게요'라고 하기도 했다.
울산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박동규)는 지난달 27일 열린 1심 판결에서 A 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4500만 원을 선고했다. 또 배우자 명의로 챙긴 차액 3740만 원은 추징하고, 받았던 물품들은 몰수하도록 했다. B 씨에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는 공공기관 직무를 수행하는 자에게 요구되는 청렴성과 공정성을 저버리고, 연구소에 대한 신뢰와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했다"고 질타했다.
다만 리스차 이용은 A 씨에게 처분권이 없었다는 이유로 리스료·보험료 상당액은 뇌물 가액에서 제외하고, '금전적 부담 없이 차를 쓸 수 있었던 무형의 이익'만 유죄로 인정했다.
또 재판부는 "B 씨는 A 씨와 유착관계를 맺어 다양한 특혜를 받았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A 씨의 요구에 따라간 측면이 있는 점과 횡령금을 전액 회사에 갚은 점을 참작했다.
syk00012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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