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갈라진 논밭에 메마른 흙먼지만…울산 농심도 '바싹'
위는 '호우' 아래는 '가뭄'…두 동강 난 한반도 날씨
잎 말려들어간 옥수수·누렇게 뜬 벼…"올 농사 망칠 판"
- 박정현 기자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비가 안 오니까 벼가 다 탔잖아요. 이대로 가면 쌀알이나 제대로 맺히겠어요?"
농민 최근식 씨(69)는 쩍쩍 갈라진 논밭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중부지방엔 시간당 55㎜ 이상의 강한 비가 쏟아졌으나, 남부지방인 울산은 5일째 폭염 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극심한 가뭄이 우려될 정도로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농민들의 속도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22일 오후 울산 울주군 두서면 두광중학교 일대. 최 씨는 이곳에서 약 2만㎡ 규모의 벼와 옥수수 농사를 짓고 있다. 그의 논바닥은 물이 고여 있기는커녕 흙이 메말라 갈라져 있었다. 취재진이 갈라진 땅 틈으로 손을 넣어보니 손목까지 잠길 정도로 깊숙이 들어갔다.
이 논에서 자라는 벼는 수분을 잃고 생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일부는 강한 햇살에 타들어가 잎끝이 누렇게 변해 있기도 했다.
취재진이 논이 얼마나 말라 굳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흙을 한 움큼 쥐어보려 했으나, 너무 딱딱하게 굳은 탓에 흙 조각만 모래처럼 손바닥에 달라붙었다.
인근 옥수수밭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건강한 옥수수 잎은 넓게 펴진 채 윤기가 흘러야 하지만, 이곳의 잎들은 푸석푸석했고 안으로 말려들어가 원통 모양으로 쪼그라들어 있었다.
최 씨는 "지금쯤이면 옥수수가 성인 남자 키만큼 자라야 하는데, 5일 이상 성장이 멈춘 상태"라며 "제대로 수확이나 할 수 있을지 몹시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곳의 옥수수는 1m가량 돼 보였다.
그는 "현재 논과 도랑에 물이 한 방울도 없다"며 "비가 오지 않으면 이번 농사는 완전히 망칠 판"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이곳은 수정내 저수지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데, 한국농어촌공사가 현장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저수지가 마를 우려가 있어 물을 공급해 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수정내 저수지는 크기가 작아, 모든 농가의 수요를 감당할 만큼 충분한 물을 못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민원인과 직접 소통해 상황을 알아보겠다"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새벽 중부 지방인 충남 아산엔 시간당 62㎜의 강한 비가 쏟아지며 호우 경보가 내려졌다. 반면, 남부 지방인 울산은 같은 날 최고 기온 34도를 기록하며 5일째 폭염 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1주일간 울산의 누적 강수량은 0.8㎜에 불과해 사실상 비가 전혀 오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
같은 장마철임에도 지역 간 강수량 차이가 심한 이유는 정체전선(장마전선) 비구름대의 폭이 매우 좁기 때문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의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장마전선이 머물고 있다"며 "전선의 경계에서 벗어난 남부지방은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권에 들어 비 대신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태풍과 같은 외부 기상 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당분간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전선이 걸쳐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niw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