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하원길 딸 잃은 어머니의 통곡…"지켜준다 했는데 미안해"
초등생 눈물 속 발인…빈소엔 과자, 장난감, 편지 쌓여
유족 "아파트 단지도 어린이보호구역 지정돼야" 분통
-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끝까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여 유명을 달리한 초등학생 고(故) 이 모 양(7)이 눈물과 애도 속에서 영원한 이별을 고했다.
2일 이 양의 발인식이 엄수된 울산의 한 병원 장례식장엔 짧은 생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한 유족과 조문객들의 무거운 발걸음이 이어졌다. 영정 사진을 들고 운구 차량으로 향하는 길엔 "아가야"하며 통곡하는 어머니의 울음소리만 울려 퍼졌다.
장례 기간 이 양의 빈소엔 조문객들이 놓고 간 과자와 음료수, 장난감과 학용품이 하나둘씩 늘어 났다. 단상 한 켠엔 아이가 생전 좋아했던 유튜브 영상이 온종일 재생되고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또래 친구들도 서툰 맞춤법으로 편지를 남기며 이 양의 빈자리를 그리워했다. '파자마 파티'를 기약했던 한 친구는 캐릭터 잠옷을 마지막 선물로 전했다.
이 양의 아버지는 사고 당일 아침 평소처럼 딸의 등굣길을 바래다줬던 게 딸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됐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아버지 이 모 씨(40)는 발인 전날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사고로 잃은 하나뿐인 딸을 "인생을 갈아서 키운 아이"라고 추억했다. 이 씨 부부는 맞벌이하면서 영어, 태권도, 피아노 등 딸이 가고 싶은 학원이라면 무엇이든 지원해 왔다.
아파트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그에겐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딸과 함께 간식 하나를 손에 쥐고 집으로 가던 시간이 소소한 낙이었다. 딸 또한 "아빠가 멋져 보인다"며 '편의점 사장'을 장래 희망으로 꼽았다고 한다.
이 씨는 사고가 나자마자 현장에 달려가 딸의 곁을 지켰다. 그는 "그날 '비 오니까 바로 집에 들어가'라고 전화하려 했는데 하필 아이가 휴대전화 전원을 꺼놔서 통화도 못 했다"며 "울먹거리는 아이 엄마의 연락에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어져서 다쳤구나'라고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잠들기 전에 항상 해준 말이 '엄마 아빠가 평생 지켜줄게'였는데 우리가 없는 사이에 이런 사단이 일어났다. 지켜주고 싶어도 못 지켜주는 상황이었다"며 애써 억눌렀던 울음을 터뜨렸다.
앞서 이 양은 지난달 30일 북구 신천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치여 숨졌다. 당시 이 양은 태권도 학원 차량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다 단지 내부로 진입하던 SUV와 충돌했다.
유족들은 이 양을 죽음으로 몰아간 사고 경위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사고를 낸 SUV 운전자(60대)가 불구속 상태로 수사받고 있으면서도 조문이나 사과를 하지 않은 점도 유족들의 분노를 샀다.
유족에 따르면 해당 운전자는 경찰에 '브레이크 대신 실수로 액셀을 밟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사고 당시 이 양은 한쪽 손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 전방 주시 의무만 제대로 지켰다면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을 거란 게 유족의 설명이다.
해당 태권도 학원의 경우 평소 차량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학생들을 인도까지 안전하게 지도해왔지만, 사고 당일엔 기존 운전자 대신 대체 운전자(50대)가 차를 몰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도로교통법상 '도로 외 구역'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대다수라서 법적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에서 제외되고 있는 허점도 제기됐다.
이 양의 할아버지는 "과실 치사는 중대 범죄가 맞지만 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도로교통법 적용을 받지 않아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어린이 보호차량이 많이 다니는 곳이면 아파트 단지라도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SUV 운전자에 대해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를, 학원 차량 운전자에 대해선 주의 의무 위반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운전자 진술 등 구체적인 수사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syk00012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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