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퇴근없이 17년 버텼다…위기아동 그룹홈의 '비명'

울산 북구 공동생활가정 '겨자씨', 작은 집서 6명 아이 돌
소규모에 후원·지원 적어…종사자 처우도 열악

30일 울산 북구 소재 공동생활가정 '겨자씨'에서 시설장 구점득 씨가 시설 내부를 소개하고 있다.2026.3.30.ⓒ 뉴스1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최근 울산에서 발생한 일가족 참변을 계기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학대와 방임, 빈곤 등으로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돌보는 소규모 공동생활가정, 이른바 그룹홈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는다.

지난 30일 찾은 울산 북구의 아동 공동생활가정(그룹홈) '겨자씨'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주택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과 청소년이 함께 생활하는 소규모 아동복지시설이다. 지금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6명이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아이들이 이곳에 오게 된 배경은 저마다 다르다. 방임과 학대, 부모의 이혼과 수감, 빈곤 등으로 가정에서 더 이상 보호받기 어려웠던 아이들이다. 지난해 입소한 한 아이는 집 안이 쓰레기로 가득 찬 환경에서 생활하다 뒤늦게 발견돼 이곳으로 오게 됐다.

위기 아동이 그룹홈에 오기까지는 적지 않은 행정 절차를 거친다. 방임이나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구청이 먼저 개입해 상담과 사례 관리를 진행한다. 이후 쉼터를 거쳐 원가정 복귀가 어렵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공동생활가정과 연계된다.

시설장 구점득 씨(64)는 아이들 사이에서 '엄마'로 불린다. 그는 17년째 출퇴근의 경계도 없이 아침부터 밤까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왔다. 이곳을 거쳐 자립에 성공한 청년도 2명 있다.

구 씨는 "3살 때 들어 온 아이가 벌써 취업하고 목돈을 모아서 작년에 집을 마련했다"며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뒤처지지 않도록 돕는 게 가장 큰 역할"이라고 말했다.

30일 울산 북구 소재 공동생활가정 '겨자씨'에서 시설장 구점득 씨가 인터뷰하고 있다.2026.3.30..ⓒ 뉴스1 김세은 기자

문제는 이런 시설들이 정작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겨자씨'는 최근 월세 계약 만료로 이사를 앞두고 있지만, 지자체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으로부터 리모델링 비용조차 지원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설 규모가 작다 보니 기업 후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구 씨는 "겉으로 보면 일반 가정집처럼 보여 봉사자나 후원자가 거의 없다"며 "지원 사업을 찾아봐도 지역아동센터나 양육원에 비해 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아이들 앞으로 지급되는 생계비로 학원비와 식비, 생필품비, 용돈 등을 해결하고 있지만,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다른 아동복지시설 직원과의 처우 차이도 크다. 양육원 종사자에겐 호봉제가 적용되지만, 공동생활가정 종사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시설장 역시 개인 운영이라는 이유로 퇴직금이나 고용 보험 혜택도 받지 못한다.

보육과 행정 업무를 병행하며 지칠 때도 많지만 구 씨는 "힘들어도 항상 같이 있는 게 가족이라고 생각해야 버틸 수 있다"고 웃었다. 체력이 다 할 때까지 아이들을 돌보고 싶다는 그는 보건복지부에 공동생활가정 시설장 정년 연장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벼랑 끝으로 몰린 부모가 다시 일어설 때까지 가정처럼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시설이 앞으로 더 많아져야 하고, 이를 위해선 정부나 지자체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울산에는 공동생활가정이 모두 8곳 있다. 남구 4곳, 북구 2곳, 동구 1곳, 울주군 1곳이다. 시설마다 적게는 4명, 많게는 6명의 아동이 생활하고 있으며, 대부분 정원을 채운 상태다.

syk00012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