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선처' 호소하며 세무서 앞 분신…"택배기사들, 불법 알고도 맡겨"
전국 택배 기사 773명 가담…1인당 1억여원 추징금 통보받아
-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울산의 한 세무서에서 발생한 40대 택배 기사 분신 사건과 관련해 택배 기사들이 세무 신고 대행인의 부정행위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부산지방국세청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 49분께 북구 동울산세무서 청사 앞 야외 주차장에서 민원인 A 씨(49)가 분신을 시도하다 중상을 입었다.
A 씨는 전국택배노조 울산지부 산하 노동조합 지회장으로,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과세자료 해명서를 통지받고 전날 세무서를 찾아 관련 상담을 받았다.
과세자료 해명 안내는 국세청이 수집한 과세자료와 납세자의 신고 내용이 불일치하는 경우 납세자에게 해명할 기회를 주는 행정 절차다.
세무 당국에 따르면 택배기사 A 씨는 대행업자 B 씨에게 수수료를 내고 부가가치세 신고를 맡겨 왔다.
그러나 지난해 세무 조사 결과, B 씨가 지난 2020년부터 5년간 전국 주유소와 정비소의 사업자등록번호를 도용해 허위로 공제 세액을 부풀려 부가세, 소득세를 탈루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B 씨는 과거 세무법인에서 일한 경력만 있었을 뿐, 세무 자격이 없는 무자격자로 확인됐다.
B 씨의 부정행위는 지인 소개를 통해 울산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의 택배 기사들에게 퍼졌다. 그 결과 B 씨가 허위로 발행한 세금 계산서 규모는 977억이었으며, 그가 관리하던 택배 기사 명단만 773명에 달했다.
B 씨는 A 씨를 비롯한 택배 기사들에게 "불법이고, 사후엔 세금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고 몇차례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사들은 자신의 홈텍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B 씨에게 맡겨 세금 신고를 의뢰했다고 세무 당국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현재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겨져 조사받고 있다.
이에 A 씨를 비롯한 택배 기사들은 과거 5년치 미납 세급, 성실납부 위반 가산세 등 1인당 1억원에 가까운 추징금을 통보 받았고, A 씨는 이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다 받아 들여지지 않자 분신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택배 기사들이 부당하게 공제받기 위해 대리인에게 세금 신고를 위임한 건"이라며 "납세자의 세금문제 해결을 위해 세무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해 유감이며 부상자의 조속한 쾌유를 바란다"고 밝혔다.
A 씨는 전날 분신 시도에 앞서 노조원이 속한 텔레그램 방에 탈세 행위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대통령님 선처 부탁드립니다'는 글을 남겼다.
경찰은 A 씨의 의식이 회복되는 대로 진술을 확보해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 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syk00012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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