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내 문 닫아야죠"…옛 명성 잃어버린 울산 공업탑 거리

30년 터줏대감 서점도 '텅텅'…거리엔 스산한 기운 감돌아
상권 이동·재개발 지연으로 ‘생존 위기’…일부 공사 시작

16일 울산 남구 공업탑 일대에서 한 시민이 막힌 건물 입구를 보고 있다.2026.3.17ⓒ 뉴스1 박정현 기자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1~2년 안에 문 닫아야죠."

약 20년간 공업탑 인근에서 서점을 운영한 A 씨는 텅 빈 책장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과거 울산 대중교통과 상권의 중심지였던 남구 공업탑 로터리 일대가 깊은 침체의 늪에 빠졌다. 우회도로 신설과 상권 이동으로 유동 인구가 줄어든 데다, 재개발 공사마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동네 전체가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16일 오후 2시께 울산 남구 공업탑 일대 골목.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폐허처럼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늘어선 상가 건물들은 대부분 1층에만 간간이 영업 중이었고 2층부턴 텅 비어 있었다.

어느 건물 입구는 나무판자와 쓰레기로 꽉 막혀 있었고, 굳게 닫힌 출입문엔 '출입 금지'를 알리는 경고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골목 구석구석 방치된 쓰레기 더미와 빛바랜 벽면 페인트, 떨어져 나간 타일 등은 쇠락해 가는 상권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주요 도로(삼산로) 옆 큰 건물을 둘러싼 초록색 펜스 안쪽엔 잡동사니와 쓰레기만 널브러져 있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이곳은 당초 민간사업자가 지하 5층~지상 34층, 2개 동 168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을 지을 예정이었으나, 최근 분양 시장 침체 등의 여파로 공사 일정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이곳뿐 아니라 인근 여러 곳의 착공도 지연됐다.

이곳 상권이 죽으면서 상인들은 당장의 생존을 걱정하고 있었다.

A 씨가 운영하는 서점은 약 30년 전 공업탑에 들어섰다. 장사가 잘될 땐 지상 1층과 지하 1층을 동시에 사용했으나, 경영이 악화하면서 2021년부터 지하 1층만 운영하고 있다. 그의 서점 안 책장은 절반가량이 '텅' 비어있었다. 그마저도 최신 서적보단 옛날 책들이 많아 보였다.

A 씨는 "15년 전 전성기와 비교하면 매출이 70%가량 줄었다"며 "책장에 책이 없는 것만 봐도 알지 않느냐. 1~2년 안에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16일 울산 남구 공업탑 일대에서 한 시민이 폐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2026.3.17ⓒ 뉴스1 박정현 기자

인근에서 10년 이상 마트를 운영해 온 B 씨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라. 다 문 닫은 가게들뿐"이라며 "상권이 완전히 죽어버려 더 이상 장사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지역 주민들도 공업탑 상권의 몰락에 안타까워했다.

옥동에서 30년 이상 거주한 '남구 토박이' 이승원 씨(31)는 "20년 전만 해도 공업탑 일대는 각종 가게로 가득했다"며 "번화가의 이동, 우회 도로 신설, 건물 노후화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지역이 쇠퇴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창 시절 친구들과 만나는 장소를 정할 때 자주 '공업탑에서 만나자'고 할 정도로 추억이 가득했는데, (지역이 쇠퇴해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상인들과 지역 주민, 울산역사문화대전에 따르면 공업탑 상권은 1980년대 공업탑이 대중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하며 가게들이 하나둘 들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1990년대 삼산동이 대대적으로 개발되면서 상권의 중심축이 이동하기 시작했고, 울산대교 등 우회도로 신설로 인해 점차 버스 환승을 위해서만 찾는 장소가 됐다. 또 재개발이 결정됐음에도 자재비 인상과 경기 불황으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남은 가게들마저 떠나가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공업탑 일대에 지역구를 둔 남구의회 이지현 의원은 "옛 템포 빌딩이 있던 자리는 올해 하반기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녹색 펜스로 둘러싸인 건물도 경기 상황을 보면서 고려 중이다. 인근 주민과 상인 불편함이 없도록 잘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16일 울산 남구 공업탑 일대 종하거리에서 한 시민이 폐업한 가게 앞을 지나가고 있다.2026.3.17ⓒ 뉴스1 박정현 기자

niw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