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예년엔 예약 꽉 찼는데"…자영업자들 유독 추운 '빈손 연말'

경기 침체·회식 문화 변화에 연말 특수 실종
해외여행 급증 등 라이프스타일 변화도 한몫

15일 오후 6시께 울산 북구 진장동의 한 음식점의 문이 닫혀있다.2025.12.15/뉴스1ⓒ 뉴스1 박정현 기자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올해는 너무나 추운 연말이 될 것 같습니다."

송년회와 신년회 등 이른바 '연말연시 특수'가 실종되면서 울산 지역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장기화한 경기 부진과 코로나19 이후 정착된 개인주의 문화, 최근 잇따른 사회적 이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연말 모임 풍경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15일 오후 6시께 울산 북구 진장동 일대. 인근에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위치해 과거엔 퇴근 후 회식을 즐기는 노동자들로 붐비던 곳이지만, 올해는 연말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울 만큼 한산했다.

거리 곳곳엔 임대 문의가 붙어있거나 손님이 없어 불이 꺼진 식당이 적지 않았다. 한 고깃집을 들여다보니 10여 개의 테이블 중 손님이 앉은 곳은 3곳뿐이었다. 간혹 손님이 붐비는 식당도 눈에 띄었으나, 10곳 중 1곳가량에 불과했다.

진장동의 한 고깃집에서 일하는 김 모 씨(39)는 "예년 같으면 꽉 찼을 예약 장부가 텅 비어 있다. 12월 31일까지 잡힌 단체 예약은 고작 5건뿐"이라며 "그마저도 예약 인원이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 매출 타격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 최대 번화가인 남구 삼산동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삼산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 씨(40대)는 "아예 단체 예약 문의조차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송년회가 대거 취소되며 큰 타격을 입었는데, 올해 분위기도 그때와 다를 바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언제까지 이 경기 침체가 이어질지 막막하다. 자영업자들에겐 유독 혹독한 겨울"이라고 덧붙였다.

울산 지역 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울산 소상공인의 12월 경기전망지수(BSI)는 85.9로, 전월(93.8) 대비 7.9p 하락했다. 경기 악화와 소비 위축, 계절적 비수기 등이 주된 악화 요인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의 회식 문화 변화도 연말 특수 감소에 한몫하고 있다.

직장인 이원훈 씨(30)는 "연말엔 남은 연차를 사용해 일본으로 여행 갈 예정"이라며 "요즘은 송년회 대신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개인 시간을 보내는 동료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씨는 또 "코로나19를 거치며 회식 문화가 옅어진 데다, 제주항공 참사와 12·3 비상계엄 등 굵직한 사회적 이슈들이 겹치면서 굳이 연말에 술자리를 갖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법무부와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출국한 한국인은 약 271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했으며 올해 연말 해외여행 예약자는 전년 대비 99.1%로 전년과 유사 수준으로 나타났다.

niw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