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계엄 1년]'윤 어게인' 여전한 정치소음에 시민들 피로감
극우단체 매주 이어지는 확성기·북 집회
상인 "장사 망치고 혐오스러워"…경찰 "통제에 한계"
- 박정현 기자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이젠 저 소리를 들으면 머리가 아프고 속이 매스꺼워요. 이들 때문에 저녁 장사 망했어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둔 가운데 현재까지 비상계엄의 정당성과 윤 대통령의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극우 단체가 울산 시민들의 혐오 단체로 전락한 모양새다.
지난 27일 오후 7시께 울산 중구 젊음의 거리 일대. 빨간색 점퍼를 입은 사람 약 40명이 태극기와 성조기, 확성기 등을 정돈하며 집회 준비에 분주했다. 이들의 점퍼 뒷면엔 흰 글씨로 'ULSAN YOON AGAIN'(울산 윤어게인)이 크게 적혀 있었다.
'울산 윤어게인'은 탄핵당한 윤 대통령의 대통령직 복귀와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극우 단체다. 이 단체는 지난 4월부터 매주 2번 울산의 번화가에서 거리 행진을 비롯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집회는 38번째 집회였다.
한 집회 참여자는 거리 행진에 앞서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내란은 직위가 비교적 낮은 사람이 일으키는 것인데,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에겐 해당하지 않는다"고 소리쳤다.
나머지 참여자들은 확성기나 육성으로 "맞다"고 외치거나 군악대에서 쓰일 법한 서양식 북을 두드리며 호응했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시민은 무표정으로 집회 장소를 빠르게 지나쳐가거나 미간을 찌푸리며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집회 전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많은 시민이 우리 집회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고 응원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으나, 이날 그런 행동을 한 시민은 1명만 보였다.
이 단체는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구호나 노래를 부르고 확성기, 북, 호루라기 등 시끄러운 도구를 활용해 거리 행진을 했다. 이들은 또 1차선인 일방통행 도로에서 행진해 뒤따라오던 차량 20여 대가 정체를 겪기도 했다.
거리 행진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근 상인들과 시민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한 상인은 "소음이 너무 심해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도 매스껍다"며 "시위가 있는 날엔 저녁 장사를 망친다"고 토로했다.
다른 상인은 "매주 시끄러워서 짜증이 난다. 혐오스럽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소음에 대해 경찰에 항의하기도 했다. 이 시민은 경찰관에게 "저들이 이렇게 시끄러운데 경찰이 가만히 놔두는 것이 맞느냐"며 "주위에 너무 민폐를 끼치고 있다"고 항의했다.
이에 대해 해당 경찰관은 "알지만, 우리가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답했다.
이날 집회를 통제한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같은 자리에서 일정한 시간을 두고 소리를 3번 측정해 과도하면 규제를 할 수 있지만, 이동하는 집회 특성상 소음 측정이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도 "소음에 대해 경찰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너무 시끄러우니 소리를 낮춰달라 요청하거나 유지 명령을 한다"고 밝혔다.
niw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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