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 소리 맴돌아 자다가도 벌떡"…울산 사고 목격자들 트라우마 호소

악몽·불면·불안 증세 시달려…직업트라우마센터서 상담·치료

울산화력발전소 안에서 진행된 트라우마 치료 프로그램(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쾅' 하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대요."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현장을 목격한 A 씨가 13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고를 근거리에서 목격한 동료 B 씨에 대해 전한 말이다.

지난 6일 발생한 울산화력발전소 5호기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를 목격한 작업자들은 사고 이후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붕괴 장면을 직접 본 사람만 최소 50명은 된다"며 "나를 포함해 많은 동료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B 씨는 사고 당시 붕괴 지점으로부터 불과 3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작업 중이었다. 그는 근거리에서 갑작스러운 폭음과 함께 60m 높이 타워가 무너지는 장면을 그대로 목격했다. 이후 그는 잠을 자다가도 가위에 눌린 듯 갑자기 소스라치게 깨어나는 증세를 자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작업자는 붕괴 현장을 쳐다보며 통곡하는 등 심한 불안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7일 울산 남구 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매몰자 수색 및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5.11.7/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A 씨는 "나도 작업 중 손발이 떨리고 숨이 가빠지는 증상이 있었다"며 "직업트라우마센터의 '작업자 트라우마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모든 작업자가 매일 트라우마센터를 찾아 상담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특히 중증 트라우마를 겪는 동료들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지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고 현장에는 행정안전부 위탁으로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하는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와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직업트라우마센터 관계자들이 상주하며 목격자와 사고 희생자 가족을 대상으로 심리상담과 회복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울산직업트라우마센터 관계자는 "붕괴 사고 같은 큰 사건을 경험하게 되면 공포나 불안감을 느끼기 쉽고 몸이 경직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며 "정신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센터 등에서 상담과 치료를 꾸준히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울산화력발전소에선 6일 오후 60m 높이 보일러 타워 5호기가 붕괴하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해당 타워 해체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코리아카코 직원 7명이 매몰됐으며, 이 가운데 6명이 숨졌다. 나머지 1명은 아직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 재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 유포나 피해자에 대한 비난을 삼가주세요. 재난을 겪은 뒤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는 경우 ☎02-2204-0001(국가트라우마센터) 또는 1577-0199(정신건강 위기 상담 전화)로 연락하시면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이 기사는 재난 보도 준칙을 준수하였습니다.

niw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