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묻은 작업복엔 신분증·스틱 커피'…구조 기다리던 가족 통곡

13시간 사투 끝에 숨진 울산화력 40대 매몰자
사고 사흘 만에 시신 수습…빈소 마련은 아직

울산화력 붕괴사고로 숨진 김 모 씨(44)의 시신이 안치된 울산 중구 동강병원 안치실. 2025.11.9/뉴스1 ⓒ News1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조민주 김세은 기자 = 9일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현장에서 수습된 김 모 씨(44)의 주검이 울산 동강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이날 안치실을 찾은 김 씨의 아버지(72)는 새벽 첫 차를 타고 출근한 아들이 사흘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자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 씨의 흙 묻은 작업복 주머니 속에는 출입증과 인스턴트 스틱 커피가 들어 있었다.

김 씨의 아버지는 "구조가 꼭 되길 기다렸는데 새벽 4시쯤 구조대와 의사가 찾아와 사망했다고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지는 지난 6일 퇴근길에 아들의 사고 소식을 듣고 오후 7시께 현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는 오후 10시께 구조 현황판에 적힌 아들의 이름을 보고 생존 소식을 알게 됐다.

앞서 김 씨는 사고 발생 1시간여 만인 6일 오후 3시 14분께 유일하게 의식이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구조대원들은 철근 구조물을 하나씩 잘라내며 김 씨에게 다가가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의료진은 김 씨가 의식을 잃지 않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고, 진통제를 놓거나 담요를 덮어 줬다.

김 씨는 차가운 철골 구조물 속에서 팔 등 상체 일부가 낀 상태로 13시간을 버텼지만 다음날(7일) 새벽 끝내 의식을 잃었다.

사고 발생 나흘 만인 이날 오전 11시 5분께 김 씨의 주검이 소방 당국에 의해 수습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김 씨의 마지막 모습을 본 가족들은 "미안해"라는 말을 남기며 목 놓아 울었다. 김 씨의 어린 두 딸도 함께였다. 김 씨의 직장 동료도 목발을 짚은 채 안치실을 찾았다.

빈소 준비에는 다소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 남구 남화동 소재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선 지난 6일 오후 2시 2분께 기력발전 5호기 보일러 타워가 붕괴하는 사고가 나 7명이 매몰됐고 3명이 사망했다.

현재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2명과 실종자 2명 등 4명은 아직 잔해 속에 깔린 상태다.

minjum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