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감금? 이거 내 얘기네…" 경찰 방송 듣고 보이스피싱 위기 모면

경찰 제복 입고 영상통화로 '적금 해지' 요구한 사례도

피해자 A 씨가 보이스피싱 조직과 나눈 문자 메시지. (울산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울산=뉴스1) 박정현 기자 = 보이스피싱 조직원에 속아 호텔에 '셀프 감금'돼 5000만원을 뜯길 뻔한 30대 여성이 택시에서 우연히 경찰이 출연한 라디오 방송을 듣고 피해를 면했다.

또 보이스피싱에 속아 1억 원의 적금을 해지해 인출하려던 70대 여성이 은행원의 기지 덕에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22일 울산경찰청에 따르면 A 씨(30대·여)는 지난달 23일 검찰사무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법원 등기 배송' 전화를 받았다.

A 씨는 이후 검사를 사칭한 범인 지시에 따라 휴대전화 1대를 추가 개통하고, 가짜 웹사이트에서 위조된 구속영장 등을 확인한 뒤 '범죄에 연루돼 임시 보호관찰이 필요하다'는 말에 속아 부산과 울산의 호텔 2곳에서 '셀프 감금' 상태로 지냈다.

그러던 중 A 씨는 지난달 25일 감금 장소인 울산 남구의 한 호텔로 이동하던 택시 안에서 울산경찰청 강력계 경찰관이 출연한 TBN 울산교통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었다.

A 씨는 해당 경찰관이 방송에서 언급한 '셀프 감금' 수법이 자신의 상황과 일치함을 깨닫고는 즉시 인근 울산 북부경찰서를 찾아가 5000만 원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이달 15일엔 B 씨(70대·여)가 금융사 직원을 사칭한 조직원에게서 "통장에서 현금을 인출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전화를 받은 일이 있었다.

곧이어 경찰관 사칭범이 영상통화로 B 씨에게 제복 입은 모습을 보여주며 악성 앱을 설치토록 하고 "자금 전수조사를 위해 골드바를 구매해야 한다"고 속여 1억 원 상당 적금을 해지하게 했다. B 씨는 그 다음 날 은행을 방문해 1억 원을 수표로 인출하려고 했다.

그러나 당시 B 씨가 출금 목적이 '전세자금'이라면서도 세입자 연락처를 대지 못하는 점, 타 지점에서 고액 적금을 중도 해지한 점 등을 수상히 여긴 은행원 112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B 씨에게서 '범인 지시에 따라 출금하려 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경찰은 해당 은행원에게 감사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은행원 사칭 미끼 전화에 이어 경찰을 사칭하는 신종 수법이 중장년층을 노리고 있다"며 "고액 인출 신고 등 금융기관 협업이 강화되자, 범인들이 골드바 매입을 지시하거나 체크카드를 수거해 출금하는 수법으로 변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niw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