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번 독수리 힘찬 날개짓'…울산서 독수리 3마리 자연품으로
야생동물구조센터, 태화강 삼호섬서 구조 독수리 방사
납중독, 충돌사고 등 증가…올 겨울 15마리 구조
- 김세은 기자
(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6일 오전 11시 울산 태화강 삼호섬 하중도.
성인 남성 두 명이 나눠 든 자루를 열자, 날개에 97번 번호를 단 독수리가 힘찬 날갯짓을 하며 날아올랐다.
지난 1월 7일 울산 태화강물에 빠졌다가 탈진 상태로 울산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 구조된 개체다.
뒤이어 방사된 96번 독수리는 가방 안에서 잠시 머뭇거리다 양 날개를 펼치며 저공비행을 시작했다.
이 독수리는 지난해 12월 8일 북구 우가산 까치전망대에서 우측 안구가 파열된 채 구조됐다.
한쪽 시력을 잃은 탓에 생존 가능성이 작을까 우려됐지만 야생 적응에 문제없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라 방사를 결정했다.
마지막으로 99번 독수리가 양 날개를 활짝 펴며 멀리 사라지자, 이를 구경하던 시민들이 감탄사와 함께 박수를 쳤다.
96번과 97번 독수리의 등에는 위치추적장치(GPS)를 부착하고 있다. GPS를 통해 독수리들의 이동 경로를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이종택 녹색에너지시민촉진포럼 대표는 이날 뉴스1에 “3년 전에도 독수리 3마리를 방사했는데, 그 중 한 마리가 농약 중독으로 대암댐 물에 빠진 것을 GPS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방사가 이뤄진 태화강 삼호섬 일원은 몽골에서 날아온 독수리가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월동하는 곳이다.
과거에는 울주군 범서읍 입암리에서 독수리들에게 먹이를 나눠주는 독수리 식당과 독수리 학교가 운영됐는데, 올해 초부터 이곳 삼호섬으로 옮겨졌다.
농사를 짓는 인근 주민들이 독수리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자 울주군과 울산시가 태화강 삼호섬으로 장소 변경을 제안한 것이다.
이날 삼호섬 일대에서는 초등학생 덩치의 독수리들이 무리 지어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매년 울산을 찾는 독수리는 200여마리인데, 올겨울 동안 15마리가 납중독, 충돌사고 등으로 구조됐다. 전년도 같은 기간 3마리였던 것에 비해 5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특히 납중독으로 구조된 개체가 많았는데, 전문가들은 동물 사체를 먹이로 삼는 독수리의 특성상 사체에 박힌 납탄으로 인해 납중독에 걸렸다고 보고 있다.
울산시는 이번 방사를 포함해 총 5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냈으며, 현재 치료를 받는 나머지 4마리도 3월 중으로 방사할 계획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매년 울산을 찾고 있는 독수리들이 늘어나지만 탈진, 충돌 등으로 구조도 늘고 있어 안타까운 실정”이라며 “독수리들이 삼호섬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독수리 학교와 독수리 식당 운영을 지속해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yk00012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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