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화양극장 역사속으로 사라진다…"시는 이곳의 역사성과 의미 몰라"

서대문 아트홀에 걸려있는 현판. '어르신의 문화를 제발 지켜주세요'라는 문구가 애처롭기까지 하다. © News1 (정이나 기자)
서대문구 미근동에 자리한 서대문 아트홀(옛 화양극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서울시는 지난해 서대문 아트홀 자리에 관광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사업시행인가를 고시했다. 서대문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서대문 아트홀의 건물주는 올해 3~4월 철거·착공을 시작으로 2014년 준공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아직 착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서대문 아트홀의 김은주 대표는 "언제 철거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위태롭게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서대문 아트홀에서 2010년 10월부터 2011년 12월 말까지 노인전용극장 '청춘극장'을 운영했다. 실질적인 운영은 김은주 대표가 아닌 다른 업체에 위탁했다.
2010년 종로 낙원동의 허리우드 극장에서 노인전용 '실버영화관'을 운영 중인 김 대표가 서대문 아트홀에 두 번째 실버영화관을 구상하던 차에 서울시는 시 차원의 사업으로 '청춘극장' 운영을 제안하며 김 대표에 대관을 요청한 것이다. 임대 계약이 끝난 지난 1월부터는 다시 김 대표가 맡아서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8월 건물주가 바뀌면서 일어났다. 새로 바뀐 건물주는 서대문아트홀을 철거하고 이 자리에 관광호텔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서대문 아트홀은 지난 2007년에도 철거 위기를 겪었지만 당시 시에서 허가할 수 있는 용적률이 낮아 재개발이 취소됐다. 그런데 이번에 용적률이 오르면서 시는 새로 바뀐 건물주에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는 허가를 내 준 것이다.
시가 처음 '청춘극장' 사업을 시작할 당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 자문위원 역할을 했다는 김은주 대표는 "5~10년은 이 곳에서 영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지난해 리모델링까지 했는데 쫓겨나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현재 서울시는 은평구에 위치한 메가박스 상영관을 대관해 노인전용극장인 '청춘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서대문 아트홀의 임대차 계약기간이 지난해 12월 만료돼 다른 장소를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노인전용문화공간'에 관해서는 (지금의 은평구 '청춘극장' 등) 다른 대안이 있는데 왜 굳이 '서대문 아트홀'을 고집하느냐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시는 이곳이 갖는 역사성과 의미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서울시내 유일한 단관극장인 서대문 아트홀은 원래 1964년 '화양극장'으로 출발했다. 1980년대 '천녀유혼', '영웅본색 1, 2' 등 다수의 홍콩영화를 상영하며 전성기를 보내다가 1990년대 멀티플렉스 개봉관의 등장으로 인기가 사그라졌다. 이후 '드림 시네마'라는 명칭으로 시사회 전용관 역할을 하다가 2009년부터 지금의 실버영화관인 서대문 아트홀로 운영돼 왔다.
다른 영화관에서는 접할 수 없는 수십 년 전 영화를 5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2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김은주 대표가 운영하는 노인전용영화관은 이곳 말고도 종로의 '허리우드극장'이 있다.
적법성과 건립 조건을 만족시키니 관광호텔 신축을 허가한 것이겠지만 이야기와 사연이 있는 서대문아트홀이 없어질 위기에 있다는 소식에 많은 시민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 달에 한두 번씩 서대문 아트홀을 꾸준히 찾는다는 한 60대 관람객은 "수십 년 전 봤던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는 추억의 장소"라며 "이런 곳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없앤다니 매우 섭섭하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극장에서 업무 보조를 맡고 있는 김 모 씨도 "서대문 아트홀은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곳"이라며 "단지 영업만을 위한 곳이 아닌 나이 들고 우울한 어르신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하고 옛 추억을 되살리게 하는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은주 대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며 "대한민국 어르신 문화가 이 정도 취급밖에 받지 못한다는 것이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lch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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