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40년 묵은 교통복지 손본다…"70세 이상 버스까지 공짜"
70세 이상 버스비 지원·무임연령 조정 함께 논의
'생활권 이동권' 중심 재설계…강북·비역세권 어르신 지원 강화
- 신건웅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서울시가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40년 넘게 유지돼 온 어르신 교통복지 체계 개편에 본격 착수했다.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를 버스까지 확장하는 대신, 재정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무임승차 연령조정을 함께 논의하는 방식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장기 과제지만, 교통복지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약자와의 동행' 시정철학이 반영됐다.
이미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어르신 교통비 지원 조례'를 통과시켜 70세 이상 시민에게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교통비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앞으로 서울시는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와 공청회를 열어 어르신과 전문가, 시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한 뒤 구체적인 개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이번 개편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령화에 따른 이동 패턴 변화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연령이 높아질수록 버스 이용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5~69세의 버스 이용 비율은 12.8%지만 70~74세는 16.0%, 75~79세는 21.3%, 80~84세는 26.9%로 높아진다. 85~89세는 32.9%, 90세 이상은 37.8%까지 상승한다.
나이가 들수록 장거리 이동보다 병원, 시장, 복지관, 지하철역까지의 연계 이동 등 생활권 내 이동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는 초고령층에게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의료와 장보기, 사회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생활 인프라 역할을 한다.
반면 현재의 교통복지는 지하철 접근성이 좋은 지역일수록 혜택을 더 많이 누리는 구조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하철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 특히 강북권과 외곽 주거지에 거주하는 고령층은 기존 지하철 중심 무임혜택을 충분히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서울 행정동별 평균 철도 접근시간은 10.3분이지만 철도 접근에 20분 이상 걸리는 행정동도 23곳에 달한다. 15~20분이 소요되는 행정동은 18곳, 10~15분은 65곳으로 집계됐다.
지역별 격차도 크다. 지하철역 1곳이 담당하는 인구는 강남권이 2만6000명인 반면 강북권은 5만6000명으로 두 배 이상 많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강북권과 외곽지역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철도 접근성이 떨어져 버스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 시장이 민선 9기 초반 핵심 과제로 이번 개편을 꺼내 든 것은 버스 의존도가 높은 초고령층과 비역세권 어르신에게 복지를 집중해 교통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단순히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이동이 더 불편한 시민에게 복지 자원을 집중 배분하겠다는 '약자와의 동행' 철학을 교통복지 분야에 적용했다.
서울시는 개편을 통해 교통복지의 중심을 '지하철 무임승차'에서 '생활권 이동권'으로 옮기겠다는 구상이다.
현행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 제도는 1984년 전면 시행된 이후 4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고령층의 건강 수준과 경제활동은 당시와 크게 달라졌다.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이 생각하는 노인 연령은 평균 71.6세로 조사됐다. 65세 이상 경제활동 참가율 역시 2000년 29.6%에서 2025년 40.7%로 상승했다. 65~69세 상당수가 여전히 경제활동과 사회참여를 이어가는 현실을 제도에 반영해야 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서울시는 재정 지속가능성도 함께 고려했다.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단계적으로 조정할 경우 연간 약 572억 원의 운임수입 증가가 가능할 것으로 추산되며, 70세 이상 어르신의 월 15회 미만 버스 이용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연간 약 525억 원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확보되는 재원을 버스 이용 지원에 활용하면 추가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실제 이동 수요가 더 큰 초고령층에게 혜택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누구에게 교통복지가 더 절실하냐'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지하철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계층에 집중됐던 혜택을 버스 없이는 병원과 시장을 오가기 어려운 초고령층으로 재배분해 교통복지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구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르신 교통복지 개편은 기존 복지를 축소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난 40년간 달라진 인구구조와 이동 방식에 맞춰 더 필요한 곳에 더 실질적인 지원을 하자는 취지"라며 "당사자인 어르신과 시민,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세대 간 공감대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교통복지 모델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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