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진술'이냐 '카톡 기록'이냐…오세훈 재판 승부처는

특검, 오 시장에 징역 1년6개월 구형…"여론조사 비용 대납"
오세훈 측 "뒤바뀐 진술, 직접 물증도 없어"…포렌식 자료로 반박

오세훈 서울시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관련 결심 공판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6.17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명태균이 말했다" vs "카톡은 다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사상 첫 5선 서울시장에 올랐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았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이다.

현재 오 시장은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여론조사 비용을 후원자를 통해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오 시장은 특검 기소에 대해 "거짓말쟁이 명태균씨의 진술 이외에는 딱 부러지는 것이 없다"며 "무죄를 확신한다"고 밝혔다.

특검 징역 1년 6개월 구형에…吳 "명태균 사기극이자 공갈극"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지난 1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오 시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3300만원을 구형했다.

특검은 "오 시장은 유력 정치인으로서 누구보다 정치자금법을 준수해야 할 위치에 있었다"며 "여론조사 비용을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3자가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입법 취지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특검의 구형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오 시장의 서울시장직 유지가 불가능하다.

이에 오 시장 측은 "이 사건은 명태균의 사기극이자 공갈극"이라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가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1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6.4.3 ⓒ 뉴스1 최지환 기자
'명태균 진술'에 기댄 특검…신빙성 공방

재판의 최대 쟁점은 특검이 제시한 명태균 씨 진술의 증명력을 재판부가 어디까지 인정하느냐다. 오 시장 측은 여론조사비 대납을 입증할 직접 물증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오 시장 측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작성된 명태균 씨 피의자 신문조서가 공소 사실의 주요 근거로 인용된 점을 문제 삼으며, 정작 통화 기록이나 계약서 등 직접 물증은 제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특검 논리의 중심에는 명 씨의 진술이 자리하고 있다. 특검은 결심공판 최후 의견에서도 명태균 씨 이름을 57차례 언급했다. 수사 단계에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를 반복적으로 인용하며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객관적 증거보다 특정 진술에 과도하게 의존한 공소 유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실행 담당자로 알려진 강혜경·김태열 씨의 법정 진술이 명 씨 주장과 엇갈리고, 명 씨 진술도 구속 전후로 달라진 것도 주요 쟁점이다.

형사재판에서 진술 증거는 일관성과 객관적 정황에 의해 뒷받침될 때 증명력이 인정된다. 반대로 핵심 내용이 반복적으로 변경되거나 다른 증거와 충돌할 경우 신빙성은 낮아질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관련 결심 공판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6.17 ⓒ 뉴스1 오대일 기자
"오후 3시 30분 의뢰" 전 설문지 공유

이번 재판에서는 시간적 선후관계를 둘러싼 논란도 제기됐다. 특검은 명 씨 진술을 근거로 오 시장이 2022년 1월22일 오후 3시30분께 여론조사를 처음 의뢰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공판 과정에서 공개된 디지털 포렌식 자료에 따르면 같은 날 오후 2시 20분 명 씨와 강혜경 씨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해당 여론조사 설문지가 이미 공유돼 있었다.

설문지 작성과 공유가 실제로 이뤄졌다면 의뢰 또는 기획 행위는 그 이전에 존재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 시장 측은 "오후 3시 30분 의뢰설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쟁점은 강 씨가 사건 당시 지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다. 해당 메시지에는 "김종인 의뢰로 서울 여론조사를 돌린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명 씨의 진술에 의존한 특검의 공소 구조와 오 시장 측이 제기한 디지털 포렌식 기록 간의 정합성 중 재판부가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가 향후 선고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선고 기일은 추후 지정될 예정이다.

한편 오 시장은 재판에서 "정치브로커 한 명이 수사기관을 농락하고 사법부까지 흔들려는 것이 매우 참담할 따름"이라며 "선거 시기에 맞춘 매우 비양심적이고 부도덕한 기소라고 생각한다"고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ke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