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울리는 '외로움 전화'…청소년부터 노년까지 찾아 "
[인터뷰] 취임 1년 진수희 서울시복지재단 대표
5개월 누적 1만7988건…"중앙정부보다 먼저 복지"
- 구진욱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처음엔 4000건 정도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만에 1만 7000건이 훌쩍 넘었죠."
진수희 서울시복지재단 대표이사가 '외로움안녕120'의 성과를 두고 꺼낸 말이다. 올 4월 문을 연 '외로움안녕120' 콜센터는 밤낮 없이 울리는 벨 소리에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상담량을 소화해야 했다.
지난 12일 서울시복지재단에서 만난 진 대표는 "세대와 상황을 가리지 않고 외로움 120(5번)을 찾는다"며 24시간 3교대 인바운드–아웃바운드 체계와 상담사 보강, 힐링 프로그램 마련 등을 소개했다.
외로움안녕120은 5개월 만에 누적 상담 1만 7988건을 기록했으며, 유형별로는 외로움 대화가 59.7%로 가장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중장년 62.5%, 청년 30.4%, 노년 6.8%, 청소년 0.3%로 집계돼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님이 확인됐다.
진 대표는 "노년층 비중이 높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중장년과 청년이 더 많았다"며 세대 불문 사회문제로서 외로움을 짚었다. 그는 "취업 합격 소식을 전하며 축하해줄 사람이 없어 전화했다던 청년, 사별 뒤 대화 상대가 생겨 행복하다던 어르신의 한마디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콜센터의 운영은 '인바운드 상담–내부 회의–아웃바운드 심화 상담'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체계를 따른다. 인바운드 상담은 원칙적으로 30분 내 대화를 마무리하고, 장기 동행이 필요한 사례는 내부 회의에서 선별해 아웃바운드 전담팀이 이어받는다.
아웃바운드는 서울시 50+ 인력을 파트타임으로 배치해 교대로 운영하며, 재단 직원이 상주해 상담 코칭과 사례관리를 맡는다. 상담사 대부분은 사회복지사 자격과 경력을 갖췄고, 수개월간 교육을 받은 뒤 투입된다.
재단은 상담사 역량 강화와 감정노동 해소를 위해 주 1회 코칭과 힐링 프로그램도 정례화했다.
진 대표는 또 상담 대기와 오경보 완화를 위해 AI 콜봇과 문자 기반 1차 안부확인을 시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시원 청년 등은 사람보다 챗봇 대화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말까지 데이터를 분석해 효과를 확인한 뒤 도입 범위를 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 조직 개편도 진행해 기존 '고립·은둔 대응팀'을 '고립예방센터'로 격상하고 인력 6명을 증원했다. 진 대표는 "고립 상태로 빠진 뒤 붙잡는 일은 지난하고 품이 든다. 예방 단계에서부터 막는 쪽으로 축을 옮겼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복지재단은 외로움 예방과 더불어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연결처방'을 통해 고립가구를 문화·체육·심리치유 프로그램과 연결해 올해 799명이 상담을 받고 478명이 2000여 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쪽방·찜질방 등 비정형주택 거주 위기가구에는 10년 넘게 임차보증금 지원을 이어왔으며, 긴급 상황에서 즉각 개입해 주거 안정을 돕고 있다.
서울시는 돌봄의 공공성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 '서울형 좋은돌봄 인증제'를 운영 중인데, 회계·재정 투명성이 가장 어려운 지표로 꼽혀 재단은 사전 컨설팅과 인증 후 자문을 제공한다.
진 대표는 취임 1년을 돌아보며 "서울은 중앙정부가 미처 하기 어려운 것을 시범적으로 먼저 해볼 수 있는 도시"라고 평가했다.
그는 "복지는 결국 지속가능성의 문제"라며 "오늘의 요구를 채우되 내일을 무너뜨리지 않는 설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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