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줄이고 미루고‘ 허리띠 졸라매는 서울 자치구… 소비쿠폰 2차 지급 부담
9월 2차 지급 전까지 시·구 최대 6000억 재원 확보
"사업 미루고 순서 바꾸기도"…내년 긴축 예산 우려
- 이비슬 기자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오는 9월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을 앞두고 서울시와 자치구가 자금 조달 방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자치구는 진행 중이던 사업을 축소하거나 내년으로 미루는 등 긴급 재원 확보를 위한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28일 서울시에 따르면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업과 관련 서울시에서 집행할 전체 예산은 2조 3000억 원(추산)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정부가 약 1조 8000억 원을 부담하고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5000억~6000억 원을 분담해야 하는 구조다.
1차 소비쿠폰 지급을 위해 서울에 필요한 총사업비는 1조 5000억 원 가량으로, 1차는 대부분 국비로 충당이 가능하다.
문제는 오는 9월 시작 예정인 2차 지급이다. 2차 소비쿠폰 지급 전까지 서울시와 자치구는 5000억~6000억 원 규모 재원을 6대4 비율로 분담해야 한다.
이에 따라 25개 자치구들은 인구 규모와 구성 비율을 반영해 각각 100억원대 안팎의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2차 소비쿠폰 지급 기준인 소득 산정 비율이 확정되지 않아 정확한 분담 금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시가 자치구 예산 운용의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각 자치구는 사업 규모 수정이나 운영 방향을 정하는 데 있어 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특히 주민 생계와 직접 연관이 있는 복지 사업 예산에 손대기 어려운 만큼 구별로 도로·교통·건설·환경 등 사업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의 한 구청 관계자는 "사업에 우선순위를 정해 순서를 앞뒤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아직 시작되지 않은 사업은 다행히 미룰 수 있지만 공사비가 계속 지급이 돼야 하는 사업은 마냥 미루기도 어렵고 난처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일부 사업 계획은 일단 내년으로 미뤘다"며 "내년에 사정이 좋지 않다면 내년에 해당 사업을 하지 못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구청일수록 부담은 크다. 지난해 기준 △성북(18.7%) △관악(17.7%) △도봉(17.3%) △노원(16.6%) △은평(16.0%) △중랑·강북(15.4%) 등 자치구의 재정 자립도가 20% 이하로 집계돼 구청이 스스로 살림을 꾸릴 재정 능력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구별 자체 수입인 재산세 등이 감소하며 세입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물가 상승은 계속돼 예산 운용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가 사업 확장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선거 관리 비용까지 구청 예산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예상되는 지출이 더 많아진다"며 "내년도 예산이 긴축 재정 기조가 되면 새로운 사업은 아예 추진조차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차 추경 당시 사업 조정을 통해 대부분 예산 정비를 마친 서울시도 추가 재원 마련 방안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공공시설 설치, 재해 예방 외에 경기 침체를 지방채 발행 조건에 추가하는 지방재정법 개정을 통한 지방채 발행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다.
시와 자치구는 각각 재원 확보 계획을 마련해 소비쿠폰 2차 지급일인 오는 9월 22일 전까지 추경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차 소비쿠폰 지급 전까지 추경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b3@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