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건자재 서울만 年 4만톤 …"건자재 은행 도입해야"

폐기 비용만 年 800억원…시민 87% "남은 건자재 활용 원해"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소비사회의 대안으로 공유경제가 주목받는 가운데 자원낭비를 줄이고 환경도 지키기 위해 '건자재은행'을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서울연구원이 6일 발간한 보고서 '서울시의 잉여건자재 실태와 건자재은행 도입방안'에 따르면 서울시내 실내건축공사에서 한해 발생하는 잉여건자재는 4만7730톤에 달한다.

서울은 특히 잦은 이사, 자영업자들의 빈번한 업종변경으로 실내건축 집중도가 높아 쓰고 남는 건자재가 많기 때문이다.

대형공사와 달리 공사기간이 짧고 소규모로 진행하는 실내건축업은 통상 구매량 기준 5~8%의 잉여 건자재가 발생한다.

지난해 7~8월 두달간 연구원이 시내 실내건축업체 163개소와 주택 100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잉여건자재는 방수재(8.0%), 도료(7.3%), 시멘트(6.7%), 모래(6.6%), 도배(6.2%), 합판(6.2%), 보온단열(6%), 벽돌(5.8%) 등 종류가 많고 품목별 발생량도 고른 편이었다.

그러나 실내건축업체에서 자재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건자재는 12.5%에 불과했고 대개 보관후 재사용(53.1%)하거나 폐기(31.3%) 하는 비율도 적지 않았다.

이들이 연간 폐기하는 잉여건자재는 1만6000톤, 이에 따른 손실액은 800억과 처리비 27억원, 온실가스 배출량은 600톤으로 추정된다.

서울시내 주택도 열에 한곳(10.2%)는 집짓기 또는 수리 후 남은 자재를 보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구당 벽돌(17.3장), 각재(5.6개), 타일(2.9㎡), 도배지(1.7롤), 단열재(0.9㎡) 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잉여건자재를 보관하기 위해 잠식된 공간도 실내건축업체 4만1169㎡, 주택 4만5368㎡로 집계됐다.

실내건축업, 주택으로부터 수집할 수 있는 잉여건자재는 연간 3만3520톤, 1594억원으로 추정된다. 실내건축업체의 58.3%, 주택 소유자 43.3%가 기부 의사를 밝혔다. 잉여건자재를 제공할 경우 기부실적으로 인정해 세제혜택 등을 줘 참여를 독려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실내건축업의 49%, 주택소유자의 87%가 수집된 잉여건자재를 활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해 수요도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연구원은 시 지원으로 1곳을 시범시설로 운영하고 차차 4개 권역으로 이를 확대해 시와 자치구가 공동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서울시가 비용을 보조하는 희망의 집수리 사업(도배·장판·싱크대 등),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사업(단열재·창호교체 등), 장애인맞춤형 집수리사업 등에 잉여건자재를 사용해 예산 투입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유기영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자재은행은 물품 기부문화가 활발하지 못한 우리 사회에 기부 기회와 자원봉사활동 기회를 제공한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건자재은행의 역할을 정립하고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아 이를 확산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건자재은행은 미국·캐나다·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정착된 제도다. 미국·캐나다 전역엔 200개에 달하는 '리스토어'(ReStore)가, 영국은 '런던 리유즈'(London Reuse) 25개가 지역에서 건자재 기부센터 및 판매점 역할을 하고 있다. 자원봉사자가 운영을 맡아 건축자재와 집수리공구 등을 기부받아 판매하고 수익금은 사회에 환원하는 구조다.

국내엔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남은 건자재를 온라인을 통해 상호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 수원사이버건설자재은행이 있지만 이용자들에게 돌아가는 편익이 없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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