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서울 고가도로…12년간 17개 뒤안길로

내년 서대문·서울역 고가…구로·노들 고가도 철거 예정

21일 서울 중구 동호로 약수고가에서 도로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고가도로 일대 교통을 통제하고 오는 8월 말까지 철거공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2014.7.21/뉴스1 ⓒ News1 허경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1960년대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눈부신 발전상을 자랑하며 도심 곳곳에 들어선 고가도로가 반세기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근대화를 넘어 대중교통, 보행자 친화 도시로 달라진 서울의 위상을 알리는 신호지만 도심 상징물을 떠나 보내는 시민들의 아쉬움도 작지 않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2002년 떡전고가도로(1977년 준공)를 시작으로 지난달 약수고가도로(1984)까지 이달 기준 서울에서 17개 고가차도가 철거됐다. 해마다 1~2개 고가가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춘 셈이다.

현재 84개 고가도로가 남아있지만 올해 연말 서대문고가도로(1971)가 철거작업을 시작하고, 서울역고가도로(1975)는 내년부터 ‘한국판 하이라인 파크’로 변신한다.

이밖에도 구로고가(1977), 노들북(1969)·남(1981) 고가도 서울시의 철거 예정 목록에 올라 있어 시내 고가도로는 계속 사라질 전망이다.

◇도시미관 해치고 교통흐름 방해

서울시는 2000년 초반부터 도시 미관과 교통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고가차도 철거를 추진했다.

서울 외곽과 도심을 연결하는 간선도로망이 확충되고 시내 도로망도 촘촘해지면서 고가의 필요성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신호 대기시간을 줄여 차량통행을 원활하게 하는 목적으로 세워졌지만 고가 합류 지점에서 차가 얽혀 자연스러운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문제가 있었다.

주요 고가도로가 준공 30년을 넘기면서 매년 수억원이 들어가는 유지보수비, 안전문제도 골칫거리였다.

실제 우리나라 ‘1호 고가도로’로 1968년 개통해 올해 2월 철거된 아현고가도로는 매년 유지관리비로 4억원 이상이 들어갔고, 정밀안전진단에 따른 보수·보강을 하려면 80억원이 필요했다. 서울시는 전면 보수 대신 75억원을 들여 철거를 택했고, 아현고가가 있던 자리엔 중앙버스전용차로(설치비 71억원) 설치 공사가 한창이다.

그 사이 자가용 위주에서 대중교통·보행자로 도심 교통정책이 옮겨간 것도가 고가도로 철거에 힘을 실었다. 고가 때문에 보행자가 먼 길을 돌아가야 하고, 고가가 드리우는 컴컴한 그늘로 상권을 침해한다는 민원도 계속됐다.

◇“풍경 좋아져” 對 “교통지옥될 것”

사라지는 고가도로에 대한 시민 반응은 엇갈린다.

주변 상권, 거주자들은 대개 고가철거를 환영하고 있다. 북아현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김철희(53·가명)씨는 “고가가 없어지면서 동네가 말끔해져 집값에도 좋은 영향이 있다”며 “아직 공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 교통체증이 있지만 중앙차로가 완성되면 한결 흐름도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현고가 주변엔 올해 분양이 예정된 재개발 사업이 한창이다.

서울시 관계자도 “고가가 사라지면 집값이 오르고 인근 상권도 좋아진다는 게 정설”이라며 “동네 고가를 철거해달라는 민원이 계속 접수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고가차도가 여전히 신호 대기시간을 줄이는 긍정적인 기능이 있고 상징적인 근대 건축물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은평에서 중구로 출퇴근 하는 한 시민은 “지금도 출근 시간 상당히 막히는 길인데 서대문고가가 없어져 신호대기 시간이 늘면 체증이 늘 것 같다”고 걱정했다. 몇년새 은평뉴타운 인구가 급격히 불어나 고가를 철거하면 오히려 교통체증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다.

양천구에 사는 홍지영(33)씨는 “고가도로가 주는 독특한 정취가 있는데 무조건 철거하는 것은 반대한다”며 “상징적인 고가는 정비해 남겨두고 신호체계를 개선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교통 흐름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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