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동물고통 분류도 들쭉날쭉<3>
대한민국에서 동물로 살아간다는 것…동물실험 윤리
같은 실험 2011~2012년 C등급, 2013년 E등급
- 차윤주 기자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뉴스1이 질병관리본부에 별도로 정보공개를 요청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본부는 지난해 52개 과제에 개·토끼·기니피그·칠면조·마우스 등 총 9903마리의 동물을 사용했다. 이 중 고통등급 'B'에 208마리, 'C'에 1002마리, 'D'에 7603마리를 사용했지만 E등급은 하나도 없었다.
동물실험은 고통의 정도에 따라 A~E 다섯단계로 나뉜다. 이 중 최고 수준인 D·E등급은 동물에게 고통이나 억압을 동반하는 실험으로 고통을 낮춰주는 마취제·진통제·진정제가 사용될 경우 D, 실험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통증완화제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E로 분류한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부터 매년 실시한 '탄저포자에 대한 백신의 효능평가 연구'는 2011~2012년 각 기니피그 100마리·토끼 60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고, 이를 고통이나 억압이 없는 실험에 해당하는 C등급으로 보고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같은 실험을 기니피그 500마리, 토끼 50마리, 마우스 900마리 등으로 개체를 늘려 E등급으로 분류해 진행했다.
'탄저균 캡슐항원과 숙주와의 상호작용 연구' 실험 역시 2011년엔 C등급, 지난해엔 D등급으로 분류하다가 올해엔 E등급으로 정정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동안 같은 실험을 수행한 일본 모 연구소의 지침을 빌려와 고통등급을 분류했지만 지난해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지도 내용에 따라 E 등급으로 상향했다"며 "연차별로 실험 내용이 더 심화된 것도 등급을 상향한 원인"이라고 해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밖에도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실험이 치사율을 구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동물이 폐사할 때까지 실험을 진행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동물을 죽음에 이를 때까지 실험하기 보다 '인도적 종료시점'을 택해 실험동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라는 것이다.
한편 충북 축산위생연구소도 동물실험계획서 및 심의평가서에 고통등급을 분류하지 않았다.
농림축삼검역본부는 이 연구소에 "계획서 상에 사용동물 마리수의 산출근거가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통등급 및 인도적 종료시점 등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하고, 이에 대한 심의·평가도 부적절하다"며 "윤리위원 및 동물실험 종사자에게 관련 법령·동물실험의 원칙·심의평가요령·실험동물의 복지 등 자체 기본교육을 실시하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낙제' 평가를 내렸다는 얘기다.
chach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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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애완동물'이 '반려동물'로 승화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동물권(動物權)에 대한 인식이 발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간과 짝이 돼 살아간다'는 의미의 '반려동물'에게도 인권(人權)과도 같은 개념의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뉴스1은 이같은 시대의 흐름속에서 '대한민국에서 동물로 산다는 것'이란 주제의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183만마리의 동물들이 실험실에서 사라지고, 유기동물 10마리 중에 1마리만 집에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동물권'이 필요한 부분은 실험동물과 유기동물이다. 뉴스1은 '동물실험 윤리(上)'와 '유기동물 보호(中)' '동물권(下)' 등 세차례로 나누어 보도하는 이번 기획을 통해 우리나라 동물권의 현주소를 짚어본다.[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