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박원순 "깨알행정으로 완벽하게"

"민주당 당적 유지…탈당은 원칙과 상시에 맞지 않아"

박원순 서울시장이 24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희망시정 2년 성과 발표회를 열고 있다.박 시장은 이날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2주년을 맞아 "깨알같은 행정으로 제대로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 시장은 24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박원순 브랜드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시장이 시민들에게 인지될 수 있는 자기 브랜드를 가져야 한다는 신화에 중독돼 있는 것 같다"며 "시장이 하나의 일에만 집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신념을 밝혔다.

박 시장은 "대한민국은 부실공화국이다. 아무리 큰 성을 쌓은들 이게 부실하다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서울만큼은 더이상 손댈 곳이 없는 완벽주의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말 힘들어도 복지예산만은 확보해야 한다"며 "내년도 복지예산은 31%에 육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 시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2년간의 소회. 가장 보람있었던 일과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과거를 회고하고 생각할 여유가 참 많이 없었다. 굉장히 짧은 임기고, 정책을 새로 만들고 추진하느라 굉장히 숨가쁘게 달려왔다. 19개 구청에 현장시장실을 다녔고, 여러 주제별로도 현장시장실을 운영했다. 그때 만났던 분들에게 감명받고 영감도 얻었다. 때로는 제가 뭘 잘못하고 있는가에 대한 통절한 자기비판의 순간도 있었다. 어떤 때는 스스로 좌절감이 든 순간도 있었지만 결정한 정책들이 현실화되고 그로 인해 많은 시민들의 삶이 달라질 때 보람을 느꼈다.

이번 국정감사도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어쨌든 서울시의 많은 정책들을 검증을 받았다. 국감 당시 지적된 많은 것들을 어떻게 재점검할 것인지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늘 긍정적 마인드로 시정을 펼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 어떤 자세로 출마할건가.▶제가 내년에 선거가 있다는 걸 깜빡 잊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 오직 시정에 올인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올해 무상보육 문제로 2000억원의 지방채 발행했는데 내년에도 이 문제가 반복될까.▶(무상보육 문제 해결여부는)제가 잘 알 수 없는 내용이다. 국회와 정부가 결정할 것. 그래서 저로서는 어려운 문제다. 다만, 무엇이든지 긍정적 생각 갖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국회에서 지금 중앙정부가 제안하는 분담비율 3대 7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국회에서 이 부분에 대해 심각한 토론을 해줄 것이라 믿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많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그냥 '사업소' 수준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지방자치는 거의 종언을 고할 것이라고 본다. 국회가 뭔가 결정해줄 것이다.

이 기회에 중앙정부에 요청한다. 복지라는 것은 이미 하나의 대세다. 숫자싸움이 아니라 정말 철학의 큰 변화와 결단이 있어야 한다. 어느 국가치고 복지국가로 가는 과정에서 이런 홍역과 어려움이 없었던 적이 없다. 정말 민생이 어렵고 경제가 어려울 때일 수록 복지가 더욱 필요하다. 결단이 필요하다.

-박원순만의 브랜드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박원순 브랜드는 무엇인가.▶아직도 시장이 시민들에게 인지될 수 있는 브랜드를 가져야 된다는 요구, 그런 신화에 중독돼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일을 어마어마하게 했지만 그걸 하나로 집중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시장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일들을 고민하고 해결해나가야지 시장이 시민들에게 브랜드를 하나 보여주기 위해 올인하면 이런 것들을 다 게을리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부실공화국이다. 아무리 큰 성을 쌓은들 이게 부실하다면 무슨 소용이 있나. 서울만큼은 더이상 손댈 곳이 없는 그런 완벽주의로 가야한다. 깨알같은 꼼꼼한 행정으로 제대로 하고 싶다.

- 박원순 시장 공약대로 서울시 예산 중 복지분야 비중이 30% 넘겼다. 앞으로 복지예산이 어느 수준까지 가게되나.▶우리는 삶의 질과 복지수준이 중진국 수준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하는 창조경제가 되려면 시민들이 쉴 수 있도록 복지를 늘려야 한다. 내년도 복지예산은 31%에 육박할 것이다. 정말 힘들더라고 복지예산만은 확보해야 한다.

- 경전철 사업과 세빛둥둥섬이 전시성 사업이란 지적이 있는데.▶경전철은 논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시민의 발로써 교통복지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자동차의 사용을 줄이고 가능한 대중교통에 의존을 해야한다. 버스와 택시보다는 보행과 자전거, 철도중심의 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다만 문제점인 '재정'은 어제 발표한 '지하철 9호선 재구조화'처럼 아주 스마트하게 할 수 있는 경험과 지혜를 갖췄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추진될 거라 본다. 세빛둥둥섬은 그동안 공사가 잘 진행되지 않았고 시행사 등과 갈등 있었다. 갈등이 해결된 이제는 정상화 단계가 남았고, 내년에는 완전히 새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될 것이라 기대한다.

-'박원순 제압문건' 사태를 겪었는데,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태를 바라보는 입장은.▶국정원이 제가 아마 두려운가봐요. 천만 서울시민이 선택해 시장이 됐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제압을 합니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제가 일반시민이라면 법적조치 취하고 목소리도 높이고 그러겠지만 고위공직자로서 이 일은 국회에 맡기고 시정에 올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년 지방선거에 민주당 당적으로 출마하나.▶우리나라 정치현실이 이렇게 시시각각 변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가 생각한 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찌 알겠나. 저는 정치를 함에 있어 원칙과 상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물론 지금 인기가 없고 그렇긴 합니다만 제가 이미 입당해서 당원으로 돼있는 마당에 탈당을 해서 다른 신분으로 나간다는 것은 원칙과 상식에 맞지 않다. 변화무쌍한 상황속에서 많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찌됐든 시정에 올인해서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노력하고 있다.

-경제성장에 대한 비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원순노믹스는 무엇인가.▶경제문제를 몇가지로 나눠보면 첫째, 서울의 미래 먹거리는 관광과 엔터테인먼트다. 여러 인프라를 고민하고 있다. 둘째, 골목상권과 재래시장 혁신이다. 셋째, 지식중심도시, 특허중심도시 서울을 만드는 것이다. 넷째, 성수동 수제화거리와 종로 주얼리상가 등 도심산업을 되살려야 한다. 다섯째, 구로 G밸리 등 서울의 기존 산업단지들을 잘 키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역대 어느시기보다도 서울에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어났다.

seeit@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