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서울시립병원 재정은 '건강한 적자'인가?

한종수 기자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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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스1의 취재결과 서울시립병원이 대규모 재정적자로 자본잠식 위기에 빠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진주의료원 폐업사태로 전국을 달군 공공의료원 존폐 논란이 더욱 뜨겁게 증폭될 전망이다.

뉴스1이 입수한 서울의료원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누적적자(결손금)는 709억5772만원이다. 서울의료원을 포함해 서울시가 위탁 운영중인 시립병원 6곳의 적자보전금이 매년 500억원에 이른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문제는 매년 막대한 시민의 세금이 시립병원에 투입되는 데도 상황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서울의료원보다 상태가 나쁘지 않았던 진주의료원이 경영난을 이유로 문을 닫아서 서울의료원에 대한 폐쇄론도 언제 돌출할 지 모르는 상황이기도 하다.

독거노인이나 저소득층, 북한이탈주민 등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지원을 펼치는 서남병원, 결핵병원의 역할을 하는 서북병원 등 그동안 서울시립병원은 나름대로 역할을 갖고 서민을 위한 공공의료를 수행해 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영난을 이유로 시민건강과 직결되는 시립병원을 폐쇄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과연 서울시립병원들의 적자가 '건강한 적자'인가 하는 점이다. 즉 시민의 건강권을 지키기위해 애쓴 결과로 나타난 '어쩔 수 없는 적자'냐는 것이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진주의료원 직원이 병원비 1470만원 중 85%인 1257만원을 감면받거나 노조원 자녀의 '고용세습'이 단체협약에 포함되는 등 노조직원들은 귀족으로 불리며 재정적자, 방만경영에 일조했다"고 주장하며 의료원 폐쇄를 강행했다.

홍 지사 주장의 사실여부를 떠나서 이와 같은 현상이 서울시립병원들에는 없는 것인지, 만약 있다면 '건강한 적자'를 주장하며 공공병원의 존립이유를 외치는 것은 시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다.

서울시의료원의 재정 문제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서울시는 "진주의료원 사태가 터지기 이전부터 시립병원 개혁을 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시립병원 운영개선 TF팀을 꾸려 논의한 결과물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서울시는 이번 기회에 서울시립병원이 더욱 사랑받는 공공병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개혁·개선 대책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그래야만 시민들이 '건강한 적자'를 감수하며 즐겁게 세금을 낼 수 있을 것이다.

jep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