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3년' 지자체 떠넘기기에 멈춘 궁평지하차도 명칭 정비

참사 당시 명칭 혼선에 오인 출동…정부 차원의 정비 돌입
관리 주체 다른 1·2지하차도, 충북도·청주시 "서로 바꿔라"

자료사진/뉴1

(청주=뉴스1) 김용빈 기자 = 충북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이후 드러난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비슷한 이름을 가진 지하차도 명칭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

긴급 재난 상황에 명칭 혼선으로 인한 오인 출동을 막고 신속히 대응하자는 취지인데, 정작 참사 현장인 궁평지하차도의 명칭 정비는 충북도와 청주시의 신경전으로 멈춰있다.

13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행정안전부는 국토교통부, 지방정부와 협의체를 구성해 전국의 유사·지하차도 정비 방안을 마련했다.

주변 지형과 지물을 반영한 고유 식별 명칭으로 변경해 단순히 숫자로 위치를 구분하거나 동일·유사 명칭으로 발생하는 혼선을 막자는 것이다.

이런 논의는 2023년 7월 15일 발생한 오송참사를 계기로 이뤄졌다. 참사 당시 궁평지하차도 통제 필요성을 알리는 신고 전화가 112에 접수됐으나 경찰은 궁평2지하차도가 아닌 인근의 궁평1지하차도로 출동했다.

두 시설의 명칭이 비슷해 신고 접수와 위치 전달, 현장 출동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했고 이는 초기 대응 미흡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됐다.

자료사진/뉴스1

이후 경기와 울산 등 전국적으로 지하차도 명칭 정비가 진행됐지만, 정작 참사가 발생한 궁평지하차도 명칭 변경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궁평1지하차도와 궁평2지하차도의 관리 주체가 달라 발생한 문제다. 참사가 발생한 2지하차도는 충북도가, 1지하차도는 청주시가 각각 관리하는데 서로에게 이름을 바꾸라며 미루고 있다.

충북도는 2지하차도의 이름을 바꿨다가 '오송참사 흔적 지우기'라는 오해를 받을까 우려하고, 청주시는 1지하차도보다 나중에 만들어졌고 참사와 직접 연관된 시설인 2지하차도의 명칭을 정비하는 것이 맞는다는 입장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2지하차도의 이름을 바꾸면 오송참사의 의미를 희석하거나 지우려는 의도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올해 초 청주시에 1지하차도의 이름을 바꿀 생각이 있는지 두 차례 공문을 보냈는데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1지하차도의 명칭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 15년 이상 시민들에게 익숙한 지하차도보다 나중에 생긴 2지하차도를 바꾸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두 지자체가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대책 마련은 점점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참사 책임뿐 아니라 이후 대책 마련까지 서로에게 떠넘기는 모습을 보니 오송참사의 교훈을 제대로 받아들인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용한 충북지사와 이장섭 청주시장 모두 '안전'을 민선 9기 최우선 가치로 꼽은 만큼 참사 3주기를 계기로 해법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송참사는 2023년 7월 15일 미호강 임시 제방 붕괴로 범람한 강물이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로 흘러들어 침수되면서 14명이 사망한 사고다. 행안부와 충북도, 청주시, 유가족·생존자협의회는 오는 15일 3주기 추모식을 열 계획이다.

vin0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