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게 만드는 '500원의 마법'…괴산군, 걷기 재테크가 바꾼 일상
첫 달 전체 인구 9% 참여…건강 챙기고 통장 보며 흐뭇
치료 대신 예방으로 사회비용 절감, 지역경제 활성화는 '덤'
- 이성기 기자
(괴산=뉴스1) 이성기 기자 = 충북 괴산군이 추진 중인 '걷다보니 통장부자' 사업이 군민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이 사업은 하루 7000보를 걸으면 500원, 한 달 최대 1만 원을 지역화폐(괴산사랑상품권)로 지급하는 생활 밀착형 건강 정책이다.
도입 첫 달인 지난 2월 기준 괴산군 인구의 약 9%에 달하는 3423명이 참여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이 중 3000여 명이 목표를 달성해 약 1700만 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받아 갔다.
3월 현재 참여자는 4000명에 육박하며 인구 대비 참여율 10%를 돌파했다.
걷기 열풍은 괴산 도심을 가로지르는 동진천 산책로부터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게이트볼장까지 곳곳에서 불고 있다.
평소 한적했던 동진천 산책로에 삼삼오오 걷기 운동을 하는 주민이 부쩍 늘었고, 게이트볼장에서는 '용돈 버는 재미'가 더해져 활기가 넘친다. 게임에 집중해 코트를 이리저리 걷다 보면 어느새 목표치인 7000보를 훌쩍 넘긴다.
이희열 씨는 "시니어들이 건강을 위해서 늘 나와서 이렇게 운동을 합니다. 그런데 거기에다가 돈까지 주니까 동기부여가 더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참여의 물결은 청년층으로도 번졌다. 이 사업을 계기로 지역 청년들이 모여 '자연울림 뛰산'이라는 러닝 동아리까지 결성했다. 이들은 퇴근 후 함께 모여 달리거나 걸으며 건강과 통장을 동시에 챙긴다.
동아리 회장인 정승환 씨는 "혼자 운동할 때는 금방 지치기도 했는데, 지역화폐 적립금이 있으니 꾸준히 실천하는 동기가 된다"라며 "동네를 함께 뛰며 애향심도 커지고, 적립금으로 음료수를 마시는 재미가 쏠쏠하다"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직장인과 공무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괴산종합운동장 트랙을 돌거나 동진천을 걷는 모습이 일상이 됐다. 짬짬이 걷는 습관이 '돈이 되는 재테크'로 인식되면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건강 관리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애초 매달 1일부터 20일까지만 운영하려 했으나, 주민의 성원이 뜨거워 다음 달부터는 한 달 내내 운영하기로 했다"라며 "자동 참여 시스템을 도입해 편의성도 대폭 개선했다"고 밝혔다.
괴산군이 이토록 걷기에 진심인 이유는 절박한 현실 때문이다. 괴산은 전체 인구 중 고령층 비중이 매우 높은 초고령 사회다.
노인성 질환으로 인한 의료비와 사회적 비용 증가는 지자체의 큰 숙제였다. 군은 이 지점에서 예방 중심 행정을 떠올렸다.
송인헌 군수는 "무작정 보조금을 주는 것보다 스스로 건강을 챙길 동기를 부여하니 스스로 건강해지려는 것은 물론, 미래를 위한 사회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라며 "적은 금액 같아도 수천 명의 소비가 지역에서 이뤄지니 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 군민 모두가 행복해지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업의 또 다른 묘미는 경제 선순환이다. 적립한 포인트는 '지역상품권(Chak)' 앱과 연계된 괴산사랑카드로 지급한다. 걷기로 번 돈이 자연스럽게 지역 마트, 식당, 전통시장에서 소비되는 구조다.
덕분에 상인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괴산 전통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어르신들이 걷기로 번 돈이라고 자랑하며 물건을 사 가신다"며 "소소하지만 상권 활성화에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sk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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