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폐암도 못 막은 학구열…79세에 대학 졸업장 든 국가유공자 이재완 씨

베트남전 트라우마와 병마 극복하고 우석대서 영광의 졸업장

가난과 참전 트라우마, 뇌출혈, 폐암 등의 숱한 시련을 딛고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우석대학교 졸업장을 받은 국가유공자 이재완 씨.(우석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진천=뉴스1) 이성기 기자 = 가난과 참전 트라우마, 뇌출혈, 폐암 등의 숱한 시련을 딛고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대학 졸업장을 받은 국가유공자가 있어 눈길을 끈다.

우석대는 국가유공자 이재완 씨(79)가 25일 열린 2025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하고 졸업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씨는 가난으로 중학교를 졸업한 뒤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고 육군 기술행정 부사관으로 1967년 입대했다.

2년 후 베트남전쟁에 파병돼 근무 중 원인 모를 열사병으로 후송돼 이틀간 의식을 잃는 등 생사의 고비를 겪었다.

전역 후 체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입사해 한국통신을 거쳐 2000년 퇴임할 때까지 성실하게 공직 생활을 했다.

퇴임 후 그는 배움에 대한 갈증을 풀기 위해 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에서 심리상담 과정을 수료하고, 전화상담과 장애인 정보화 교육 등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이후 인근 대학 노인보건복지학과에 입학하며 본격적인 학업에 나섰지만, 뇌출혈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해지고 기억력까지 감퇴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학업을 마쳤다.

이후 폐암에 걸려 또 한 번의 고비를 맞았지만, 5년여의 투병 생활에서도 경로당을 찾아 문예교육 강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문학을 배우기 시작해 일흔이 넘은 2020년 문예지 '한국문인'으로 늦깎이 등단하기도 했다.

여세를 몰아 체계적인 문학 공부를 위해 2022년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다.

재학 중 일과는 새벽 두세 시쯤 일어나 부족한 공부를 보충한 뒤 동이 트면 밭으로 달려가 농작물과 함께 지내다 돌아와 학교 수업에 참여했다.

청력이 약해 보청기를 착용하고 항상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아 강의를 들었다. 재학 중에는 수필집을 출간하며 배움과 창작을 병행했다.

그는 요즘 전통 의례 절차를 기록한 '홀기(笏記)' 공부에 여념이 없다. 어려운 한문으로 기록돼 젊은 세대가 이해하기 힘든 홀기를 체계화해 후손들에게 전하는 것을 목표로 '종묘제례 전수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이 씨는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주도적으로 살아야 한다"라며 "남은 삶을 전통 계승과 후손 교육에 바치겠다"고 밝혔다.

skle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