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시기 떠넘긴 고창섭 충북대 총장 '조건부 사직' 역풍

서한 통해 "시기·절차 구성원 결정에 따르겠다"…혼란 부채질
교수회 "서한에 깊은 유감…구성원 신뢰 상실 총장은 즉각 사퇴"

고창섭 충북대학교 총장/뉴스1

(청주=뉴스1) 엄기찬 기자 = 고창섭 충북대학교 총장이 사직 의사를 밝히며 학교 구성원에게 보낸 서한이 학내 혼란과 갈등을 되레 부채질하고 있다.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는 구성원의 바람과 달리 서한을 통해 사퇴 시기와 절차를 학교 3주체(교수회, 직원회, 학생회)에 떠넘기며 '조건부 사직' 입장을 보인 탓이다.

충북대 교수회는 16일 성명을 내 "12월 15일 저녁 총장이 발표한 서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대학 구성원의 신뢰를 상실한 총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고 총장이 지난 15일 서한을 통해 사직 의사를 밝히면서도 사직 시기와 절차를 교수회, 직원회, 학생회의 3주체가 합의된 의견을 도출하면 따르겠다고 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교수회는 성명을 통해 "책임을 유예한 채 권한을 유지하려는 태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총장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대학의 혼란을 장기화하고 구성원 간의 갈등을 조장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총장은 이미 대학 구성원들의 신뢰를 상실했다"며 "충북대의 정상화와 민주적 운영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조건부 사직이나 재협상 선언이 아니라 총장의 즉각적인 사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수회는 다시 한번 총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엄중히 요구하며, 구성원의 뜻을 외면한 채 자리를 고수할 경우 모든 합법적이고 정당한 수단을 통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충북대는 한국교통대학교와의 통합을 전제로 2023년 11월 글로컬대학에 지정됐으나 2년 가까이 통합에 진척을 보지 못하다가 지난달 합의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교육부에 통합신청서 제출을 앞두고 진행한 구성원 통합 찬반 투표에서 교통대는 3주체 모두 과반이 찬성했으나 충북대는 3주체 모두 과반이 반대했다.

투표 전 각 대학은 3주체 중 2주체가 반대하면 통합을 전제로 한 '글로컬대학 30' 사업을 중단하기로 합의했고, 통합이 무산 위기에 놓이며 고 총장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글로컬대학 30'은 교육부가 비수도권대학 30곳을 글로컬대학으로 지정해 5년간 학교당 1000억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정이 취소되면 그동안 받은 사업비를 반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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