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50대 여성 실종 살해…44일간의 범행·은폐 '치밀'

번호판 위조해 차량·시신 은닉…경찰, 실종 신고 2주 지나 강제수사

충북 청주 50대 여성 실종자의 SUV차량이 지난 26일 충주호에서 인양되고 있다.(독자제공. 재판매 및 DB금지)./뉴스1

(청주=뉴스1) 이재규 기자 = 충북 청주에서 실종됐던 50대 여성이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가 사라진 지난 10월 14일부터 피의자 A 씨(54)가 검거·구속되기까지의 44일간 전 과정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실종 신고 접수 뒤 경찰이 수사에 늦게 착수한 것으로 파악돼 초동 대응에 허점이 있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1일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B 씨는 10월 14일 오후 6시 10분 회사에서 퇴근해 자택으로 향하던 길에 집 앞에서 기다리던 A 씨와 함께 자신의 SUV에 탑승했다.

같은 날 오후 9~11시 사이 두 사람은 진천군 문백면에서 말다툼을 벌였고, A 씨는 이 과정에서 흉기를 휘둘러 B 씨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직후 B 씨 휴대전화는 전원이 꺼졌고 그의 생활반응도 끊겼다.

이튿날인 10월 15일 오전 3시 32분에는 청주 청원구 외하동 일대 CCTV에 A 씨가 피해자 의 SUV를 몰고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차량은 오창·내수·오근장·정하동·진천 일대를 돌았다. 경찰은 "범행 직후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빙빙 돈 것 같다"고 설명했다.

A 씨는 10월 16일 B 씨 시신을 자신의 차량으로 옮긴 뒤 음성군의 한 거래처 폐수처리조에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와 피해자 차량이 은닉됐던 곳은 모두 A 씨가 평소 왕래하던 업체들로 확인됐다.

A 씨는 10월 16일부터 24일까지 피해자 SUV를 청주 청원구 내수읍 거래처 창고에 숨겨두고 차량 번호판을 직접 제작해 교체했다. 10월 24일 이후에는 이 차량을 음성군 거래처로 옮겨 약 한 달간 다시 감춰뒀다.

피해자 가족이 10월 16일 B 씨 실종 신고와 함께 "A 씨와 갈등이 있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금융 거래 여부 확인 등 기초 실종 수사만 진행했을 뿐 강제 수사는 10월 30일에서야 시작했다.

경찰은 계좌·SNS·주변인 조사와 디지털 포렌식 등을 진행한 끝에 11월 11일 A 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고, 같은 달 13일 전담팀을 꾸려 차량·시신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피해자 차량 위치가 확인되지 않으면서 수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고 결국 11월 21일 이 사건은 충북경찰청 형사기동대로 이관됐다.

조사망이 좁혀지자 A 씨는 11월 24일 새벽 충북 음성군에서 피해자 차량을 몰고 충주호까지 이동해 호수에 차량을 버린 뒤 자전거와 택시를 이용해 귀가했다.

이 사건 수사가 급물살을 탄 것은 11월 26일이었다. 형사기동대가 A 씨 거래처 탐문 과정에서 "A 씨가 얼마 전 차량을 맡겼다"는 진술을 확보했고,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충주호에 차를 유기하는 장면을 확인했다.

같은 날 피해자 지인으로부터 A·B 씨 간의 통화 녹음 파일이 제출되자, 경찰은 당일 오전 A 씨를 충북 진천의 한 식당에서 긴급 체포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충주호 수중 수색을 통해 피해자의 SUV를 인양했고 차량 내에서 혈흔 반응과 다수의 DNA를 확인했다.

A 씨는 국과수 분석 결과 등을 제시하자, 결국 살인과 시신 유기 사실을 모두 자백했다.

그리고 11월 27일 오후 8시쯤 경찰은 음성군 육가공업체 폐수처리조에서 B 씨 시신을 발견했다. 부검 결과, B 씨 몸 곳곳에서 찔리고 베인 흔적이 확인됐다. A 씨는 지난달 28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A 씨가 피해자를 기다렸던 점, 차량과 시신을 반복적으로 이동·은닉한 점, 번호판을 직접 위조하고 CCTV를 피해 움직인 점 등을 고려할 때 계획적 범행 요소가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경찰은 A 씨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도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주 내로 사건을 검찰에 넘길 방침"이라고 말했다.

jaguar9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