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장마가 농사 망쳐"…기후변화로 농민 '울상'(종합)

충북 9월부터 이달 14일까지 강수일수 28일
들깨 대추 피해 심해…수확 앞둔 벼 도복도

자료사진/뉴스1

(충주·보은·옥천·영동=뉴스1) 윤원진 장인수 기자 = 가을장마가 일상화하며 수확철 농작물 피해가 우려된다.

14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가을 강수일수는 9월에 17일, 10월에 11일 등 모두 28일이다. 이 기간 내린 비의 양만 해도 9월 194㎜, 10월(13일까지) 121㎜ 등 316㎜에 달한다.

기상청은 충북에 이날까지 최대 40㎜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15~16일과 18일에도 비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3년간 충북지역에 내린 가을철(9월~11월) 비의 양은 2022년 243.4㎜(전체 1229.9㎜), 2023년 303.6㎜(전체 1731㎜), 2024년 364.3㎜(전체 1380㎜)로 증가 추세다.

해가 갈수록 가을비가 증가하는 이유는 기후변화로 해수면의 온도 상승이 꼽힌다. 여름이 지나도 따뜻한 남서풍이 계속 밀려와 정체전선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태풍도 변수다. 올해는 다행히 태풍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태풍이 한반도로 북상한다면 더 큰 농산물 피해가 예상된다.

충주에서 들깨 농사를 짓는 정모 씨(63·주덕읍)는 "들깨 베어 널어놓으니 비가 내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들깨 농사를 망쳤다"면서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남부 3군(보은·옥천·영동)도 마찬가지다.

남부 3군에서는 가을비가 길어지며 일부 논에서 수확을 앞둔 벼가 쓰러지는 '도복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여름 폭우 피해와 연속된 가을비로 미곡(벼의 알갱이)의 질이 나빠질 수 있다는 게 농민들의 걱정이다.

제때 벼 수확에도 어려움에 예상된다. 비가 자주 와서 강수량이 높아지면 지하수위가 올라가 콤바인 작업도 어렵다. 지난달부터 벼 깨씨무늬병도 확산하고 있다.

농민 김충식 씨(62·보은군 내북면)는 "보은군의 보급종인 '삼광벼' 수확이 한창 해야 할 시점에 가을장마가 길어져 큰 걱정이다"며 "수확을 해 봐야 알겠지만, 미질(미곡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크다"고 했다.

옥천에서 벼농사를 하는 전모 씨(72·청산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는 "논 곳곳에서 씨알이 영근 벼 쓰러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수확이 늦어지면서 쓰러진 벼 웃자람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올해 풍작을 기대했던 보은 대추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보은군은 지난달 올해 보은 대추(생대추 기준) 예상 생산량을 1982톤(재배면적 640㏊)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564톤(604㏊)보다 27%(418톤) 늘어 풍년을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잦은 가을비로 일조량이 부족하면서 착색 지연과 열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추를 재배하고 있는 김모 씨(65·보은군 산외면)는 "수확을 앞둔 대추가 잦은 비로 속이 썩어버리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데다 착색이 좋지 않아 조기 수확도 할 수 없는 처지"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밭작물인 참깨, 콩 등도 썩어버리는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 농민들이 긴 한숨을 내쉬고 있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안정적인 생산을 위해선 우기 때 농작물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병해충 방제 등을 통해 재배관리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계속된 가을비로 충북 보은군의 대표 특산물인 대추가 열과와 함께 속이 썩어들어가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버려지고 있다.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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