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소중한 문화재 빼앗긴다는데…무관심한 제천시
지역 문화유산 '원랑선사탑비' 지키자, 시민들은 서명운동
행사에 문화복지국장만 참석…"시장은 왜 안 보이나" 원성
- 손도언 기자
(제천=뉴스1) 손도언 기자 = 방탄소년단(BTS) 영상에 등장한 충북 제천 '월광사지 원랑선사탑비'(月光寺址 圓朗禪師塔碑)를 충주로 이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제천문화원 등 제천지역 각계 단체 등이 최근 '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탑비 제자리 찾기에 그야말로 총력전을 펼치는 상황이다. 제천의 대표 문화유산인 탑비를 충주에 빼앗길 수 없다는 위기감이다.
그런데 정작 앞장서야 할 제천시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제천문화·종교·예술계 등에 따르면 제천문화원은 최근 제천시민회관 1·2전시실에서 탑비 해체와 반출 과정이 담긴 사진 40여 장을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문화원은 이 자리에서 탑비 제자리 찾기 서명운동도 함께 추진했다.
이 자리에는 제천지역 노인회, 향교, 자양영당·병산영당, 여성단체협의회, 고엽제, 상이군경회, 전물군경회, 군부대, 국가보훈처, 한방재단, 문화재단, 자유총연맹, 새마을회, 바르게살기협의회,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역사학계, 문화예술 학계 관계자 등과 시민 수백명이 참여했다. 이들 단체는 '탑비 제자리 찾기' 운동에 서명하며 충주 이관을 저지하자고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제천불교계와 한수면 면민들이 대거 참여해 서명운동에 열정을 보이는 등 눈길을 끌었다.
지금은 터만 남은 월광사는 통일신라 시대에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높이 3.95m의 웅장한 탑비는 890년에 세워진 신라 후기의 대표적인 불교 석조물로 일제강점기 반출되는 등 곡절을 겪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해체된 후 수장고에서 충주박물관으로 떠날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탑비는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 월악산 자락에 자리했던 보물급 유물이다.
그런데 시민들의 서명운동은 '앙꼬 빠진 찐빵'에 불과했다. 실질적으로 나서야 할 제천시가 무관심을 보인 것이다.
김창규 제천시장은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개일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이날 연차를 낸 최승환 부시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시에서 참석한 인물은 송경순 문화복지국장뿐이다.
제천시의회에서는 박영기 의장과 이재신·이정임·이경리 의원만 참석했다. 도의회 김꽃임·김호경 의원은 자리를 지켰다.
행사 당일 개인 일정 때문에 불참했던 김 시장과 최 부시장 등은 서명 운동 시작 5일째인 12일 오전 10시까지도 제자리 찾기에 운동에 서명하지 않았다.
반면 제천지역 초등학생 수십 명과 시민들은 제천시민회관으로 몰려와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제천의 한 사찰 스님은 "우리의 문화재가 충주에 빼앗길 위기에 놓였는데, 제천시장은 이런 중요한 시점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시 국장 혼자만이 자리를 지켜서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천에서 큰 이슈(탑비 충주 이관)로 부상했는데, 제천시장은 적극 동참해야 할 판에 불참했다"며 "이 문제는 제천시장이 적극 나서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지역 공동체가 지켜야 할 문화유산이 어디로 가는지, 시민이 서명운동까지 하고 있는데 제천시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과 간부들은 무슨 생각인지 궁금하다.
k-55s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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