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NO, 저기도 NO" 청주 후기리 소각장 '폭탄 돌리기' 될라

주거지역서 1㎞→6.5㎞ 이전했는데도 '반대'
신설 아닌 이전, 어디든 들어서야할 상황

충북 청주시 오창소각장반대위원회가 14일 청주시청 임시청사 브리핑실에서 오창읍 후기리 소각시설 신설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2023.2.14/ⓒ 뉴스1 강준식 기자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후리기 소각장 문제가 지역 내 '폭탄 돌리기'로 번질 우려를 낳고 있다.

오창읍 이장단협의회, 주민자치위원회, 발전위원회 등으로 구성한 '오창소각장반대대책위'는 지난 14일 "오창 주민만의 문제가 아닌 청주시민의 문제로, 더는 청주에 소각장이 들어서지 않도록 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오창에만 소각시설 신설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청주지역 전체에 소각시설이 새로 들어서는 것을 반대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소각장은 '신설'이 아닌 주민 민원으로 장소만 변경한 '이전'에 해당해 지역에 어디든 들어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후기리 소각장 문제는 오창과학산업단지 주민 민원으로 시작했다.

후기리로 소각장과 파분쇄시설 이전을 추진하는 옛 이에스청원(현 에코비트 에너지청원)의 원래 사업장은 오창산단 내 옥산면 남촌리였다.

이곳은 당시 폐기물처리시설촉진법에 따라 오창산단 부지조성 때부터 준공할 때까지 '폐기물처리시설(소각로, 매립장)' 용지로 지정됐었고, 이를 이에스청원의 전신인 A합자회사가 2001년 2월 매입했다.

이들은 2006년부터 이곳에 10년 이상 매립할 수 있는 매립장을 운영하면서 도시관리계획 결정도 필요 없는 하루 165톤 처리 용량의 소각장 설치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소각장 설치에 임박해 사업장에서 직선거리로 1㎞ 떨어진 오창산단 아파트 단지에서 건강권·생활권을 주장하며 폐기물처리시설 운영을 뒤늦게 반대했다.

민원을 의식한 옛 청원군에서는 소각장 설치를 막기 위해 재량권을 발동하다 소송에서 완전히 패했고, 행정구역 통합 이후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자 현재 시에서 업체에 사업장 전체를 오창산단 밖으로 이전해 달라고 요청했다.

청주시 소각장 이전 과정. / 뉴스1

업체는 이 요청을 받아들여 남촌리 폐기물처리시설 운영을 중단한 뒤 이전 용지를 물색하다 오창산단 주거지역과 직선거리로 6.5㎞ 떨어진 오창읍 후기리를 선택했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이곳에서도 소각장을 하지 말라고 반대하는 상황이다. 자신들이 거주하는 오창산단에서 배출하는 각종 쓰레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법적 폐기물처리시설을 반대해 기존보다 주거지역에서 한참 더 떨어진 곳으로 이전했는데 이것도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주민들이 소각시설을 반대하는 것만도 아니다. 소각장이 들어서는 후리기 주민들은 폐기물처리시설을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기리 소각장은 법적으로 인정한 사업권 행사를 일시 중단한 '이전 사업'에 해당한다. 주민 반대가 계속된다면 또다시 소각장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지만, 이 역시 비슷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애초 오창산단에 있어야할 소각장을 왜 우리 동네로 이전하느냐는 반발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자칫 소각장을 떠밀어내는 '폭탄 돌리기' 식이 될 수 있어 주민-주민 간 갈등으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을 감안하면 이에스청원은 시의 이전 요청을 무시하고 처음부터 남촌리에서 소각장 등을 운영했다면 소송에 따른 행·재정적 낭비, 기업의 경제적 손실, 주민 간 갈등 우려 등은 없을 수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ppjjww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