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IMF때 귀농해 7만평에 150가지 농사 성공 이룬 박영자씨
직접 담근 고추장, 된장 주문 판매·식당서 연매출 수억대
농촌 정착 노하우 전수하며 귀농귀촌인 대모 역할 '톡톡'
- 조영석 기자
(단양=뉴스1) 조영석 기자 = 남편의 무역업이 IMF로 파산에 이르자 2008년 귀농을 결심하고 충북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 700고지 피화기마을에 정착한 박영자 단양군 귀농 귀촌인협의회장(68).
한때는 3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릴 정도로 잘나가던 회사 대표였던 남편 임일철씨(68)의 사업 실패로 고심 끝에 산수유가 활짝 핀 아름다운 산골 마을에 반해 1남3녀의 자녀들은 서울에 남겨두고 농사를 시작했다.
평택 임씨 종부로서 대가족의 살림을 맡아 왔던 박 회장은 평소 뛰어난 음식 솜씨를 바탕으로 다양한 작물과 산나물을 기르며 영농활동을 해 오고 있다.
특히 소백산 산간지방에서 가능한 명이나물, 병풍취 등 특용작물과 오미, 산양삼 등 지역에 맞는 작물도 기르고 있다.
서툰 농사일이었지만 남편 임일철씨와 하나 하나 시작한 농사일이 지금은 150가지나 되는 작물을 재배하기 이르렀고 7만평 규모의 임야와 논밭에서 풍성한 먹거리가 자라고 있다.
박 회장은 "처음 피화기마을에서 농사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너무 힘들어 다시 서울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서울에 두고 온 자식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고쳐먹고 더 열심히 농사일에 몰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 회장은 직접 재배한 작물로 된장과 고추장을 담그고 장아치까지 만들어 판매하면서 깊은 맛을 내는 종부집 음식이라는 입소문을 탔고 박 회장의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집안에서 내려오는 엄나무 된장을 차로 개발하는가 하면 7년~10년 이상 묵은 간장 독 밑에 생기는 소금 덩어리를 햇볕에 말려 곱게 가루 내 집안 어른 생신상이나 손님 초대상같은 귀한 요리 때 감칠맛을 내거나 약처럼 사용했던 간장소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음식뿐 만 아니라 차문화에 조예가 깊었던 박 회장은 자신이 재배한 꽃을 이용한 차로 2014년 12회 국제차문화대전 '국제꽃차 품평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박 회장은 팬지를 이용한 꽃차를 출품해 향기와 빛깔 등에 두드러진 실력을 발휘해 1등인 매화대상을 거머쥐었다.
된장과 고추장이 인기를 끌면서 장맛이 좋다는 소문이 나자 주위의 권유로 2018년부터 보리곳간이라는 식당을 개업했다.
피화기마을에서 재배한 콩으로 직접 띄운 메주로 만든 전통된장과 매주 끓이는 청국장, 계절별로 피화기 마을과 산에서 채취한 산나물, 재배채소를 이용한 음식으로 식당은 연매출 수억원을 웃도는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처음 귀농할 당시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박 회장은 단양에 자리잡은 귀농귀촌인들에게 조금이나 보탬이 돼야 겠다는 생각으로 2015년부터 귀농귀촌인협의회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그는 주로 전통된장만들기, 고추장 담기, 모종키우기나 콩농사 등 전통음식을 잇기 위한 활동을 벌이며 귀농귀촌인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잇다.
현재는 4년째 단양군귀농귀촌협의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이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농촌 생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소중한 인맥형성을 통해 전원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또 협의회주관으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단양군의 귀농귀촌 정책을 소개하고 선배 귀농귀촌인의 정착 사례 소개와 영농체험, 주요 관광명소 견학 등을 실시해 신규 귀농귀촌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러한 협의회와 단양군의 노력으로 최근 5년간 단양군에 전입한 귀농귀촌가구는 총 3305세대 4395명으로 2016년 496가구 716명, 2017년 594가구 735명, 2018년 714가구 991명, 2019년 698가구 1006명, 2020년 803가구 947명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영자 회장은 "산에서 나오는 식재료를 나눠 먹는다는 생각으로 농사와 식당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이들에게도 전통음식의 맥을 이어가도록 가르치고 싶다"면서 "도시인들이 낯선 곳에 와서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choys229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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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매년 40만~50만명이 귀농·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서 위로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농촌에서 어촌에서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