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토록 가시지 않을 상처" 성범죄 피해 '청주 여중생 투신' 그후
사건 발생 7개월째, 슬픔 헤어나오지 못하는 피해 여중생 유족
가해자 징역 20년 선고…"더 무거운 처벌 위해 끝까지 싸운다"
- 조준영 기자
(청주=뉴스1) 조준영 기자 = "사랑하는 딸,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하늘나라로 보낸 한 가족은 하루하루 눈물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꼭 반년이 지났다. 꽃도 피우지 못한 여중생 2명이 스스로 세상을 등진 '충북 청주 오창 성범죄 피해 여중생 투신 사건'.
시간이 흘러 잊힐 법도 하지만, 그때 남은 충격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고통은 오롯이 피해 여중생 유족 몫으로 남았다.
친구 의붓아버지로부터 몹쓸 짓을 당한 뒤 극단선택을 한 A양(사망 당시 15세).
A양 가족은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나오는 한(恨) 섞인 눈물이 앞을 가려 세상을 똑바로 보지 못할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보내왔다.
"마냥 이렇게 살 수도 없는 노릇인데…. 우리 예쁜 공주만 떠올리면 눈시울이 젖네요. 자식을 가슴에 묻은 아픔은 아마 평생토록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
단란했던 A양 가족에게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때는 지난 1월이었다.
A양은 친한 친구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친구가 홀로 밤을 지새워야 한다는 사정을 전해 듣고 집으로 찾아갔다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이후 피해 사실을 알게 된 A양 가족은 가해자를 수사기관에 고소했다.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A양을 보듬고자 정신과 치료도 병행했다.
A양 가족은 손을 맞잡고 굳게 약속했다고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꿋꿋하게 견뎌내자고.
하지만 A양은 끝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고소장을 낸 지 3개월이 지나도록 가해자는 버젓이 고개를 들고 다녔다. 붙잡아 둘 체포·구속영장마저 여러 차례 기각됐다.
어린 나이,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을 겪던 A양은 결국 사건 발생 4개월 만인 지난 5월 12일 친구와 함께 아파트 옥상에 올라 몸을 던졌다.
A양은 유서에 '나 너무 아파 어쩔 수가 없었다. 1월에 있었던 안 좋은 일 꼭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다. 나쁜 사람은 벌 받아야 하지 않냐'고 남겼다.
두 여학생이 생을 마감한 직후 답답하리만치 진척이 더디던 수사는 이전과 달리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가해자는 곧바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혐의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치상 등). 6개월 넘게 사건을 심리해 온 재판부는 10일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A양 가족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끝까지 싸워나갈 마음을 굳혔다. 어린 소녀 2명을 천 길 낭떠러지로 내몬 죗값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볍다는 생각에서다.
"우리 딸을 죽음으로 몬 가해자가 그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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