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후 충북경찰 '불송치' 교통사고 14건, 검찰이 '재수사' 요청

실수·법규적용 잘못·수사미흡 등 사고처리 문제 드러내
경찰 "검찰판단과 다를 수 있어"…조사인력 부족 지적도

충북경찰청 전경ⓒ 뉴스1 DB

(청주=뉴스1) 조준영 기자 = 수사권 조정 이후 충북 경찰이 직접 조사해 불송치 결정을 내린 교통사고 상당수가 검찰로부터 '재수사 요청'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필요 서류 누락부터 의율(擬律·죄에 따른 법규 적용) 잘못, 수사 미흡에 이르기까지 사고 처리 과정 전반에서 문제점이 나타났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들어온 재수사요청은 모두 14건이다.

경찰서별로는 △제천서 3건 △청주 흥덕·상당·청원서, 충주서 각 2건 △괴산·영동·진천서 각 1건이다.

뉴스1이 확인한 결과 재수사 요청 사유는 다양했다.

도내 모 경찰서는 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해 피의자를 상대로 음주측정을 벌여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취소 수치인 0.123%라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사고 후 술을 마셨다"는 진술을 신뢰해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피의자 진술을 신뢰할 수 없으므로 신고자와 112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여 혐의 유무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법규 적용 문제도 나왔다. 청주권 한 경찰서는 도로에서 작업 중인 사람을 차로 들이받고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난 피의자에게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사고 직후 피해자가 작업을 계속한 데다 병원 진료도 하루 뒤에 받은 사실로 미뤄 구호조치가 필요 없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은 그러나 구호조치가 필요 없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도주 혐의'와 관련해 재수사를 요청했다.

해당 경찰서는 중상해 피해 교통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피의자 처벌 희망 여부를 피해자 자녀에게 받아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피해자는 뇌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검찰은 처벌 여부 의사표시를 피해 당사자에게 받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청주지역 경찰서는 지난해 12월 9일 발생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 사고 공소시효를 잘못 기재했다.

원래대로라면 공소시효를 '2027.12.08일'로 적어야 했으나 '2027.20.0'으로 오기했다.

이 경찰서는 특별법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치상)죄가 성립하는 사고는 업무상치사죄가 별도 성립하지 않는데도 죄명에 기재해 재수사요청을 받았다.

이 밖에 일선 경찰서에서 보험 문제와 관련한 서류 보강을 요구한 사례도 다수 나왔다.

ⓒ News1 DB

경찰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의 판단은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교통사고는 정답이라는 게 없다"면서 "예를 들어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우리 지역에서는 재수사 요청을 받아도 다른 지역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내부적으로 재수사 요청 건에 대해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 "수용 여부는 좀 더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수사 요청 발생 원인 중 하나로 교통사고 조사 경력 인원 부족이 꼽힌다. 책임수사체제 확립 명목으로 일선서에 수사심사관을 배치·운영하고 있으나 한계를 드러내는 모습이다.

충북 도내 전체 교통조사관은 115명이다. 이 중 교통조사 경력이 1년 미만인 인원이 30명에 이른다. 전체 대비 26.1%를 차지하는 수치다.

경찰은 재수사 요청 감소 방안으로 단계별 심사체계를 강화, 불송치 교통사고를 면밀히 살피기로 했다.

중점 검토 사항은 △교특법 중요 12개항 단서 적용 여부 △중상해 적용 여부 △음주운전 등 법령·수사방향 판단이 어려운 사안이다.

reas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