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칼럼]이시종 지사 '불통 주의보'

이광형 충북세종 본부장
이광형 충북세종 본부장

(충북ㆍ세종=뉴스1) 이광형 기자 = 지난해 치러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충북의 압권은 이시종 지사의 3선 당선이었다.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가난으로 점철된 청소년 시절을 이겨내고 서울대를 나와 행정고시 합격(1971년)으로 ‘개천의 용’이 되면서 공직을 시작한 후 1995년부터 2018년까지 출마한 충주시장(민선 1~3기)과 국회의원(17~18대), 충북지사(민선 5~7기) 선거에서 내리 '8전 8승'을 거두었다.

국내 선출직 공직자 중 전례 없는 기록으로 스포츠에서도 불가능한 전적을 종합예술이라는 정치에서 달성한 것이다. ‘선거의 달인’이란 수식어와 함께 ‘관심법’으로 유권자의 속내를 꿰뚫어 보는 초능력을 가졌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이 지사의 이런 능력과 경험은 흔치 않은 일로 분명 지역을 넘어 국가의 소중한 인적 자산이다. 늘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관록이 최근 그의 정치 역정에서 가장 큰 빛을 보고 있다. 9년여 간의 지사 재임 중 대규모 행사를 제외하곤 내로라하는 도정 성과가 없었으나 충북선 고속화 사업과 청주공항 저가항공사 유치 등 대규모 SOC 사업을 비롯해 투자 유치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더구나 청주 출신 노영민 전 주중대사가 권력의 심장부인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비서실장에 임명되면서 국정 후반기 그의 또 다른 정치 일정을 전망하는 호사가들도 적지 않다.

이 지사의 도정 운영 전략은 탁월하다. 도세가 약한 충북을 잘 알고 있기에 독자적으론 불가능하다고 판단, ‘더불어 전략’으로 국가적 아젠다에 충북을 끼워 넣는데 성공했다. 그가 작명(作名)한 ‘ 영충호(영남 충청 호남)’시대와 ‘강호축’ 개발이 대표 전략 상품이다.

이 기획은 온전히 이 지사 개인의 고민과 역량에 의해 생산됐다. 정통 행정관료 출신으로서 중앙부처와 정치 경험에 의해 나온 지략과 아이디어로 판단된다.

그런데 3선 임기 출범 이후 9개월여 지난 최근 여러 가지 말들이 많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지적이 정책과 인사 결정에서의 ‘불통(不通)’과 지나친 ‘편 가르기’ 문제다. 이 지사는 중앙과 지방을 아우르는 40여 년의 공직 중 10여 년간 도정을 경험해 누구보다 내면을 잘 알고 자신감도 있을 게다.

하지만 지나친 자만은 객관성 결여로 일을 그르칠 수 있는 함정이 있다. 또한 인사권자에 절대 승복하는 관료사회 특성상 ‘똑부(똑똑하고 부지런함)’ 공무원을 ‘똑게(똑똑하나 게으름)'나 영혼 없는 ‘멍게(멍청하고 게으름)’로 만들 수 있다.

이 부분에서의 이 지사에 대한 도청 안팎의 평가는 ‘자신은 똑부인데, 직원들을 후자로 만든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무예올림픽을 목표로 이미 시작돼 매년 150억원의 혈세를 쏟아붓는 ‘세계무예마스터십대회’의 성공 여부는 차치하고 최근 지역 내 논란을 빚고 있는 '명문고' 설립 문제가 그렇다.

‘지역 인재 육성’이란 그의 충정은 이해되지만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는 의제였다. 그래서 그가 고교무상급식비를 모두 부담하면서까지 교육청과 통 큰 합의로 추진하는 ‘지역 출신 고위 관료(고시생)’ 배출을 위한 명문고 설립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얼핏 보면 이 지사의 명문고를 통한 인재육성은 옳은 것 같다. 과거 중앙부처에 충북 출신의 고위공직자가 많아 예산도 많이 따오는 등 지역발전의 동력이 됐는데 수년 전부터 지역 인재(1급 이상이 13명)가 적어 어려움이 많다는 게 명문고 추진 배경이다.

그러나 이 시대는 청년 인재들이 과학, 인문학 등 다양한 연구 개발 분야에 진출해야지 국가 성장 동력이 높아진다. 우수인재들이 법과 시스템만으로도 작동 가능한 관료사회를 선호하도록 교육정책을 펴는 건 국가 경쟁력을 저하하는 구태적 발상이다.

학교설립의 주체인 김병우 교육감의 교육철학과도 배치된다. 전교조 출신의 진보 성향인 김 교육감은 인성과 학력을 아우르는 보편적 교육을 지향, 자사고 등을 ‘귀족 특권학교’로 공교육의 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오죽하면 최근 충북도가 도내 고교를 대상으로 한 명문대 입학실태조사에 대해 ‘공교육을 학원으로 전락시키려하는가’라고 폄훼했겠는가.

이 지사는 적어도 이번 '명문고 게임‘에서는 선거 달인이란 명성답지 않게 완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역인재 양성이란 지향점은 옳았으나 기획부터 추진과정, 방법론 모두에서 지나치게 서툴렀다.

교육의 문제인데 전문가나 도의회 등과 아무런 소통과 협의, 토론을 거치지 않고 오직 자신의 판단만을 믿고 추진하는 오류를 범했다. 그래서 사실상 우군인 도의회와 시민단체마저 외면하면서 '사면초가'에 놓였다.

민선 시대 출범 후 홍위병처럼 지사를 엄호하는 시민단체를 가장한 ‘친위대’의 ‘장군 멍군’식 관제 기자회견과 집회를 통한 지지는 주민들이 보기엔 ‘꼴불견’일 뿐이다

그렇다고 김 교육감은 이 지사의 지역교육에 대한 걱정에 눈 귀를 닫아선 안 된다. 진보교육감 출범 이후 도내 중고교 기초학력이 하향화됐다는 지적은 그냥 지나칠 일만은 아니다.

학생 인권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는 학력평가 결과나 명문대 입학 사항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밝히고 그에 대한 해명도 이뤄져야 한다. 아무리 창의·인성·자율교육도 중요하지만 경쟁 없는 사회가 어디 있는가. 진영논리를 떠나 과연 ‘내 자식’이라면 하는 마음으로 챙겨야 한다.

정치적 불패 전력에 흠결이 난 이 지사는 이번 파동을 계기로 일방통행식 집무스타일을 바로잡아야할 때가 됐다. 충언을 하는 참모나 지인이 없다고 한다. 측근들이라곤 퇴직공무원을 비롯해 정치판 곁불 쪼이며 살아온 노회한 지역 인사들이니 당연할 것이다. 의회 권력마저 같은 편으로 견제력을 상실했다.

3선 출마 당시 정적들이 공격한 오만과 독선이 현실화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다. 이 지사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이 시대 리더가 갖춰야 할 최대 덕목인 ‘소통과 솔선수범’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를 극복해야 평생 공직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지역 정가에서 설(設)로 나도는 이 정권하에서의 총리도 현실화되지 않을까 싶다. 충북도민의 바람으로 행운을 빈다.

12k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