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세종 불안한 동거①] 행정도시 유치 공신 오송역 '위상 흔들'
현 입지 결정 과정서 ‘우수한 교통인프라’ 높은 평가
‘세종역 신설 강행’ 움직임에 충북·충남 공주 등 반발
- 송근섭 기자
(청주=뉴스1) 송근섭 기자 = 세종시는 당초 ‘신행정수도’로 추진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16대 대선을 앞두고 수도권의 국가 중추기능 집중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충청권으로의 수도 이전을 공약했다.
그리고 2004년 6월 15일 △충북 진천·음성 △충남 천안 △충남 연기·공주 △충남 논산 4곳이 신행정수도 후보지로 발표됐다.
이어 2004년 7월 5일 충남 연기·공주가 후보지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사실상 신행정수도 최종 입지로 정해졌다.
당시 후보지 평가는 △국가균형발전 효과(가중치 35.95점) △국내외 접근성(24.01점) △주변환경에 미치는 영향(19.84점) △삶의 터전으로서 자연 조건(10.2점) △도시개발 비용 및 경제성(10점) 등 5개 항목 100점 만점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연기·공주가 88.96점으로 공주·논산(80.37점), 천안(75.02점), 진천·음성(66.87점)을 크게 앞섰다.
당시 연기·공주는 모든 평가항목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얻었다.
평가항목 중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외 접근성에서도 24.01점 만점에 21.43점의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국내외 접근성은 도로·철도·공항과의 접근성을 따지는 것이다.
이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바로 KTX오송역이다.
당시 국정홍보처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연기·공주의 평가 결과를 설명하면서 ‘특히 경부고속철도 오송역과 청주공항에 인접해 있다’고 우수한 접근성을 강조했다.
연기·공주가 향후 세종시 입지로 결정되는 첫 평가 결과의 2할 이상을 오송역 등 우수한 교통인프라가 차지한 셈이다.
세종시가 현 입지로 들어서는 과정의 ‘공신’ 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후에도 오송역과 세종시의 공생은 이어졌다.
승객이 없어 폐역 위기까지 몰렸던 오송역은 경부고속철도·호남고속철도 개통으로 국내 유일의 KTX 분기역이자 국가철도망 X축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2011년 120만326명이던 오송역 연간 이용객은 세종시 출범 이후인 2013년 227만8412명까지 늘었다.
또 2015년에는 411만5081명, 2016년 503만9558명, 2017년 658만4381명으로 급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단기간 내 이용객 급증에는 세종시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정부세종청사 이동 시 불편을 덜기 위해 지자체도 대중교통 확충 등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해찬 국회의원(현 더불어민주당 대표)과 이춘희 세종시장이 ‘KTX세종역 신설’을 공약으로 추진하면서 오송역과 공생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이 공약은 세종시 금남면 부근에 약 1300억원을 들여 고속철도역을 건설하고, 세종시 관문역 기능을 오송역에서 옮겨 가겠다는 것이다.
세종역 신설 공약은 곧바로 충청권 내부의 반발을 샀다.
충북과 충남 공주시 등 인근 지자체는 현재 계획하고 있는 부지에 세종역이 들어설 경우 기존 오송역·공주역과 역간 거리가 약 22㎞ 밖에 되지 않아 ‘저속철도’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세종역이 신설되더라도 현재 서울역~오송역~정부청사 이동 시간(약 1시간 20분)과 서울역~오송역~세종역~정부청사로 이동하는 시간(약 1시간 18분 추산)이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지난해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사전타당성 용역에서 사업의 경제성을 가늠하는 비용대비편익(B/C)이 0.59에 그쳐 세종역 신설은 사실상 무산됐다.
통상 B/C가 1 이상 나와야 사업의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민선 7기 출범 이후 이 시장이 재추진 의사를 확고히 하면서 인근 지자체와 불편한 관계가 계속되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도 “내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행정안전부가 이전되는 것을 감안하면 (세종역 신설의)경제성은 한층 나아질 것”이라며 “국무회의 심의를 통한 예비 타당성 면제 방안도 있는 만큼 더 신중히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오송역의 ‘세종역 관문기능’으로 공생을 기대했던 충북도는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고, 도의회도 ‘오송역 활성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사실상의 저지 활동에 나섰다.
다만 세종역 신설 문제로 충청권 갈등이 커지는 것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충북도 한 관계자는 “세종역을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 상태에서는 교통 편익이나 경제성 등을 충분하게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우려하는 것”이라며 “오송역과의 상생방안 등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songks85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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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특별자치시는 2012년 7월 1일 출범했다. 세종시는 수도권 과대·과밀화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고, 지역개발·국가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치됐다. 세종시가 들어선 곳은 옛 충북 청원군·충남 공주시 일부지역과 충남 연기군이 있던 자리다. 충청권이 행정구역 일부를 떼어 함께 잉태한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충청권과 세종시는 공간적·지리적 동질성을 넘어 역사·문화를 공유하는 ‘형제 도시’로 공생 관계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세종시 출범 만 6년을 넘어가면서 충청권과 세종시의 ‘불안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 공생을 기대했던 관계에서 온갖 잡음과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1은 상생·균형발전이라는 당초 취지를 환기하기 위해 세종시 출범 이후 충청권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짚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