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허술한 기증품 관리 '도마 위'…10여년 이상 방치

민간 기증 골동품 36점 사라져…市 "시간 오래 지나 대책 없어"
20여년 넘게 전수조사 두차례뿐…'기증자에 반납하라' 비난 쇄도

남기석씨가 무상 기증한 골동품이 전시된 청주어린이회관 1전시관. ⓒ News1

(청주=뉴스1) 김용언 기자 = 충북 청주시의 허술한 외부 기증품 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시민에게 기증받은 물품을 다량 분실하고도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10여년 이상 문제를 방치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16일 청주랜드관리사업소에 따르면 지난 1993년 6월 골동품 수집가인 남기석씨는 청주어린이회관에 4421점의 골동품을 기증했다.

당시 남씨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서구문화를 학습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자신의 수집품을 청주시에 무상 기증했다.

총 229종의 기증품에는 히틀러의 육성이 담긴 녹음기, 나폴레옹 시대 총기류 등 역사적 소장 가치가 높은 물품이 다수다.

젊은 시절 독일에서 골동품상을 하던 남씨는 독일 고위관리의 유품 전부를 경매에서 낙찰 받았고, 어렵게 모은 골동품을 청주어린이회관에 기증했다.

그러나 남씨가 기증한 물품들에 대한 청주시의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그가 기증한 물품 중 36점이 감쪽같이 사라질 때까지 시가 실시한 전시물품 전수 조사는 20여년 넘게 두 차례 뿐이었던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기증 직후인 1993년 9월 한 차례 펼쳐졌던 전수조사는 12년이 흘러 전시관 확대 당시인 2005년이 되어서야 이뤄졌다.

당시에도 해당 기증품을 유리 부스에 보관하거나 잠금 장치를 설치하는 데 그쳤다.

관리 주체인 청주랜드측은 2005년 현 제1전시관 확대 작업 당시 해당 물품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증품이 사라진 것을 두고 실시된 시 감사에서도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했다.

지난 2013년 9월 시 자체 감사에서는 ‘상당한 시일 경과로, 당시 현황 및 분실 원인에 대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는데 그쳤다.

남기석씨의 이런 사연이 지난 주 모 공중파 방송을 통해 알려진 이후, 청주시 새올전자민원창구에는 시의 허술한 기증품 관리를 비난하는 글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시민들은 ‘기증품 그렇게 관리할거면 모두 반납하라’, ‘남기석 할아버지의 사라진 기증품을 찾아내라’ 등 청주시의 무책임한 행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일부 시민은 시의 재감사와 분실물을 찾기 위한 경찰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청주랜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기증품이 분실된 사실을 2013년 전수 조사에서 파악했다”며 “문제 심각성은 느끼고 있지만, 시간이 많이 지났고 담당 공무원이 바뀌어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 감사 결과처럼 현재로서는 분실 기증품에 대한 뾰족한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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