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뵙고 싶습니다. 선생님”...달갑지만은 않은 은사(恩師)들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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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ㆍ세종=뉴스1) 남궁형진 기자 = 스승의 날을 맞아 초등학교 은사님을 찾고 싶었던 이모(32·충북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씨는 서운한 마음에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학창시절 유난히 짖궂었던 성격 탓에 선생님들에게 혼나는 일이 다반사였던 이 씨는 다른 이들과 달리 자신이 문제를 일으켜도 항상 미소로 보살펴 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문득 들었다.

마침 충북도교육청이 홈페이지에서 운영 중인 ‘스승찾기’를 통해 과거 학창시절 은사를 찾을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한 이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교육청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홈페이지에서 선생님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이씨는 직접 교육청에 전화를 걸어 중학교 은사의 소재를 문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담임선생님이 정보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답변이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선생님에게 이씨의 연락처를 먼저 전해주겠다고 했지만,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없었다.

이씨는 “스승의 날이기도 하고 곧 결혼도 앞두고 있어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싶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며 서운함을 내비쳤다.

스승의 날을 맞아 보고 싶은 옛 스승을 찾으려는 제자들이 있지만 막상 스승을 찾기란 쉽지 않다.

개인정보공개를 꺼리는 경우는 물론, 옛 제자와의 만남을 기피하는 선생님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15일 현재 충북도교육청 홈페이지 스승찾기에 등록된 교사들은 모두 1만1775명으로 충북 전체 교사의 75%가량이다.

하지만 홈페이지 상 공개된 정보가 현 재직학교와 이름에 한정되다 보니 이것만으로 스승을 찾을 수 없어 도교육청에 직접 전화로 문의하는 것이 가장 빠른 실정이다.

이마저도 운이 좋아야 가능한 것으로 정보공개를 원치 않거나 퇴직한 교사를 찾기란 더욱 어려워진다.

정보공개를 원치 않는 교사에게는 교육청이 제자의 이름과 연락처를 문자 메시지 등으로 전달해 교사가 직접 연락을 취하도록 하고 있다.

퇴직한 교사가 정보공개에 동의할 경우 제자들에게 퇴직 학교를 알려주고 있지만 만약 정보공개를 꺼리면 이들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실질적으로 없다.

이는 개인정보의 중요성과 함께 옛 제자들을 만나 난처한 상황에 빠지거나 ‘봉변’을 당하는 경우까지 있어 생긴 현상이다.

스승찾기를 통해 연락을 취해온 제자들이 상품구매를 권유하거나 학창시절 쌓인 앙금을 푸는 사례가 교사들 사이에 퍼지면서 나를 찾는 제자를 반가워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충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 박모(45)씨는 “이름과 재직학교만으로 별 일이야 있겠느냐는 생각도 들지만 공개된 곳에 이름이 올라가는 것이 찝찝해 정보공개를 동의하지 않았다”며 “옛 제자들과 소식이 끊겼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스승찾기를 통해 제자를 만난 다른 교사들이 난처한 상황을 겪었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ngh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