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동은 "싫다"는데 후원자 만남 강행…서울시 위탁 아동시설 26건 지적

거부 의사에도 불구 외출 진행…청소년 최대 129회 무단외박
고위험군 치료·아동수당·후원품·CCTV 관리에서도 잇단 허점

서울시청 전경. 2022.9.1 ⓒ 뉴스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서울시가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아동양육시설에서 보호아동이 후원자와 만나기 싫다는 뜻을 밝혔는데도 외출이 진행된 사실이 감사에서 드러났다. 시설이 외출을 불허했는데도 봉사자가 아동을 데리고 나간 사례도 확인됐다.

19일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아동양육시설 등 관리운영 실태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감사위는 여성가족실과 아동양육시설 2곳, 아동일시보호시설 1곳을 점검해 아동 보호·치료, 후원·사업, 시설·계약 관리 등 13개 사항을 지적했다. 시정 2건, 주의 9건, 통보 15건 등 총 26건의 조치를 요구했다.

"싫다"는데 외출…최대 129회 무단외박

감사 결과 한 여아 양육시설에서는 보호아동들이 봉사자나 후원자의 주거지, 강원·충청 지역 여행지 숙박시설 등에서 1~3일간 머문 사례가 확인됐다. 2025년 기준 만 10~11세 아동 8명에게 이 같은 외부인 교류가 집중됐다.

아동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한 아동은 후원자인 대모가 무언가를 강요한다는 이유로 만남을 거부했다. 또 다른 아동은 후원자가 남자친구와 함께 온다는 사실을 알고 불편한 뜻을 나타냈지만 외출이 진행됐다. 다른 아동 역시 상담 과정에서 대모와의 만남을 원치 않는다고 했지만 외출이 이뤄졌다.

시설이 외출을 허가하지 않았는데도 한 봉사자가 아동을 데리고 약 1시간30분간 외출한 사례도 적발됐다. 시설은 자체 규정상 허가 없는 외부 이동 시 봉사활동을 중단하도록 해놓고도 구두경고에 그쳤고 이후에도 해당 봉사자와 아동의 외출·외박을 허용했다.

무단외박도 반복됐다. 입소 청소년 3명은 2023년부터 감사일까지 각각 90회, 125회, 129회 무단외박했다. 올해 2월 외출·외박 지침을 마련한 뒤에도 2명이 각각 13회와 12회 무단외박했다.

서울시 담당 부서는 감사에서 "입소 아동들의 빈번한 외출·외박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감사위는 저연령·학대 피해 아동의 외출·외박 기준과 연락두절·무단외출 시 대응 절차를 마련하고 외부인 교류 전 아동 의사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도록 요구했다.

고위험군 치료·아동수당 관리도 허점

고위험군 아동 치료체계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한 양육시설에서는 감사 대상 기간 중 우울증·ADHD·충동조절장애 등으로 치료받은 아동이 104명 중 71명이었다. 깨진 도자기 조각이나 건전지를 삼키거나 투신을 시도하는 등 위험 행동을 보인 사례도 있었지만 시설에 배치된 임상심리사는 1명이었다.

서울시는 감사 과정에서 "임상심리사 1명 체제로는 입소 아동들 관리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인력 충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보호아동 자산 관리도 부실했다. 시설 2곳은 아동 9명의 '디딤씨앗통장' 개설을 늦추거나 누락해 정부 매칭지원금을 받을 기회를 잃게 했다. 감사위가 추산한 지원 기회 상실액은 최대 330만 원이다.

다른 시설에서는 아동 8명의 아동수당 총 1270만 원을 디딤씨앗통장이 아닌 다른 계좌로 받아 이·미용비와 피복비, 유치원 준비물 등에 사용했다. 감사위는 잘못 지급된 아동수당 전액을 디딤씨앗통장으로 옮기도록 시정 요구했다.

후원품·CCTV·공사계약까지 부실

후원품 관리에서도 아동에게 지급하라고 받은 태블릿PC를 사무실 공용으로 사용하고 전시회·수영장 입장권을 직원에게 나눠준 사례가 적발됐다. 한 시설은 약 1777만 원 상당의 후원금·후원품에 대한 전자기부금영수증을 중복 발급해 국세청 신고 요구를 받았다.

시설 안전관리도 지적됐다. 한 시설에서는 CCTV 1대가 고장 나고 다른 1대는 사람이나 사물을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화질이 불량했다. 서울시는 2022년 아동학대 근절대책에서 아동복지시설 CCTV 운영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지만 감사 때까지 마련하지 않았다.

시설 3곳이 건설업 등록이 필요한 1500만 원 이상 전문공사 9건을 해당 업종에 등록하지 않은 업체와 수의계약한 사실도 확인됐다. 감사위는 무등록 업체에 대한 고발 방안과 계약 담당자 3명의 신분상 처분 여부를 검토하도록 했다.

kjwowe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