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전 서울 노래한 정도전 '삼봉선생집' 보물 지정
왕자의 난 뒤 사라진 문집…증손자가 1465년 다시 펴내
한양 풍경 담은 '신도팔경시' 등 시 150여 수 수록
- 구진욱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의 문집 '삼봉선생집' 권1이 보물로 지정됐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소장 중인 '삼봉선생집' 권1이 지난달 27일 보물로 지정됐다고 4일 밝혔다.
'삼봉선생집'은 조선 초기에 발간된 희귀 문집으로 정도전 연구의 중요 자료로 평가된다.
정도전은 태조 이성계와 함께 조선을 건국한 개국공신으로 새 수도 한양의 설계와 건설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종묘와 사직을 경복궁 좌우에 배치하고 도성 내 주요 도로 위치를 정했으며, 북악산·인왕산·남산·낙산을 잇는 한양도성의 기초를 세웠다. 경복궁과 도성 사대문의 이름도 정도전이 지었다.
정도전은 1398년 왕위 계승을 둘러싼 권력투쟁인 '왕자의 난'으로 이방원에게 목숨을 잃었다. 이후 생전에 발간된 그의 문집도 사라졌다.
정도전의 글이 다시 문집으로 묶인 것은 약 70년 뒤인 1465년이다. 증손자 정문형이 경상도관찰사로 재임하면서 흩어진 정도전의 글을 수습해 다시 펴냈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서울역사박물관 소장본이 당시 편찬된 책이다.
문집에는 정도전이 쓴 시 150여 수가 수록됐다. 나주 유배 시절과 명나라 사행길에 쓴 시, 벗 정몽주에게 보낸 시 등이 담겼다.
특히 새 수도 한양의 모습을 노래한 '신도팔경시'에는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한양의 지형과 궁궐, 광화문 앞 육조거리, 도성 안 민가, 동대문 훈련장의 군사 조련, 서강 나루터의 조운선 등 당시 한양의 모습이 묘사돼 있다.
정도전의 스승 이색이 쓴 발문과 권근의 서문, 문집을 다시 간행하면서 추가된 신숙주의 서문도 함께 실렸다.
최지희 서울역사박물관 유물관리과장은 "새 수도 한양 건설을 지휘한 정도전의 문집이 서울의 역사를 보전하는 서울역사박물관에 소장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며 "600년 세월이 지나 보물이 된 '삼봉선생집'을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이번 지정으로 '용비어천가', '대동여지도' 등을 포함해 총 27건의 보물을 소장하게 됐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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