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세훈표 청년AI 예산 전액 삭감…전장연 관련 예산으로 돌렸다
민선 9기 첫 청년정책 핵심예산 56억2500만원 상임위서 전액 삭감
폐지 직전 권리중심 일자리 예산 58억과 비슷…'손목닥터'도 축소 움직임
- 구진욱 기자
(서울=뉴스1) 구진욱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민선 9기 첫 청년정책으로 내놓은 '청년 AI 사다리' 핵심 예산 56억2500만 원이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 예산심사에서 전액 삭감됐다.
시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삭감 재원을 오 시장 재임 중 서울시가 폐지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를 되살리는 데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 시장이 새롭게 내놓은 대표 청년사업을 걷어낸 돈으로 오 시장 재임 중 폐지된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복원하는 셈이다. 여기에 서울시 대표 건강정책인 '손목닥터9988'도 지원 범위를 축소하는 조례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민주당이 오 시장 역점사업을 잇달아 손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는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서울시가 신규 편성한 '청년 AI 성장권 지원' 예산 56억25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해당 예산은 19~29세 청년 50만 명에게 생성형 인공지능(AI) 이용권을 제공하기 위해 편성됐다. 서울시는 올해 10~12월 석 달분을 이번 추경에 우선 반영하고 이후 9개월분은 내년도 본예산에서 확보해 총 1년간 지원할 계획이었다.
'청년 AI 사다리'는 오 시장이 취임 이튿날인 지난 7월 2일 직접 발표한 민선 9기 첫 청년정책이다. 서울시는 이후 청년 AI 사다리를 민선 9기 정책 로드맵인 'G3 서울플랜'에도 반영하는 등 사업에 힘을 실어왔다.
다만 시의회에서는 추경 심사 전부터 사업의 구체성과 실효성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원 대상과 서비스 방식, 대상자 선정 절차 등이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았다며 세부 계획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AI 이용권 예산을 삭감하면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복원에는 속도를 내고 있다.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는 일반 노동시장에서 일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이 장애인 인식개선과 문화·예술, 권익옹호 활동 등을 하면 이를 노동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2020년 사업을 시작해 2023년까지 운영했다.
사업 종료 직전인 2023년 서울시가 투입한 예산은 약 58억 원으로 393명을 지원했다. 이번에 삭감된 청년 AI 예산 56억2500만 원과 규모도 비슷하다.
서울시는 당시 참여자 직무활동 상당 부분이 집회·시위·캠페인에 집중되는 등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2023년 말 사업을 종료했다. 이후 2024년부터 실제 취업과 연계되는 '장애 유형 맞춤형 특화일자리'로 사업을 전환했다.
오 시장도 지난 6·3 지방선거 당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복원 요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시의회 구도가 바뀌면서 상황도 달라졌다. 현재 서울시의회 118석 가운데 민주당은 80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상훈 민주당 대표의원이 대표발의한 '서울특별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는 민주당 시의원 80명 전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개정안은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조례에 명시하고 서울시장이 이를 개발·보급·확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전장연과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발표하며 관련 조례 처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추경에서 AI 사업 삭감 재원을 권리중심 일자리 복원에 투입할 경우 오 시장이 새로 만든 56억 원 규모 사업을 걷어 오 시장 재임 중 없어진 58억 원 규모 사업을 되살리는 구도가 된다.
청년 AI 성장권 예산 전액 삭감은 현재 도시계획균형위원회 예산심사 단계에서 결정된 사안이다. 향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 심사에서 예산이 다시 조정될 가능성이 있어 서울시와 민주당 시의회 간 공방은 이어질 전망이다.
오 시장의 역점사업을 손보려는 움직임은 청년 AI 사다리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시의 대표 건강정책인 '손목닥터9988'도 지원 범위를 줄이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이병도 민주당 시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현행 사업 대상인 서울 소재 직장인과 자영업자, 대학·대학원생을 제외하고 포인트 등 재정 지원을 주민등록상 서울시민에게 사실상 한정하는 것이 골자다.
손목닥터9988은 걷기 등 건강활동을 하면 포인트를 지급하는 오 시장의 대표 생활밀착형 정책이다. 같은 취지의 조례 개정은 앞선 시의회에서도 추진됐지만 상임위에서 보류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국민의힘이 다수당이었던 것과 달리 제12대 시의회에서는 민주당이 80석을 확보하면서 처리 가능성도 커졌다는 평가다.
kjwowe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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